갤럭시 브레이커

사는 게 행복한 줄 알아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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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드레스 12542 목축코드 524 이룬 스카레이 입장하세요.


스피커에서 이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밀 신체검사장. 이곳에서 동면 가능한 신체인지 체크를 하고 맞춤옷을 맞추듯 동면 캡슐을 이룬에 맞게 세팅할 것이다.

이룬이 연방 관리자와 담당자 두 사람을 돌아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룬이 입구로 사라지며 담당자가 관리자에게 말했다.


- 임신한 몸이 동면 캡슐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캡슐에는 수많은 약품이 투입됩니다. 그 중엔 태아에게는 검증 안 된 약품 목록이 있어요.

- 가수면 상태로 유지하고 출산 후에 정식 동면을 시행하면 됩니다.

- 그렇긴 해도 이 일은 출산 후에 시행되어야 하는 게 프로토콜입니다. 가수면 상태로 시스템에 인입되면 나중에 동면 상태를 정확하게 세팅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 그래도 해야 합니다. 미룰 수가 없어요. 갤럭시 브레이커들의 출항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관리자는 담당자를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 이번 사건은 우리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담당자가 관리자에게 뭐라고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룬이 입구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담당자의 모니터에 어드레스 12542 목축코드 524 이룬 스카레이 부적합이라는 시그널이 반복적으로 깜박였다. 관리자가 이룬을 맞으며 말했다.


- 기분이 어때요? 결과는 며칠 후에 나옵니다.


이룬에게 말하는 관리자의 시선은 담당자를 향하고 있었다.

- 저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이룬이 감사를 표할 때 담당자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관리자가 이룬의 어깨를 토닥였다.


- 잘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신변 정리를 해요.

- 다음 스케줄은 준비가 마무리되면 노티스 하겠습니다.

(삼켜요…)


관리자가 이룬의 시선이 향하는 모니터 시그널에 신경이 쏠리는 사이 담당자가 이룬에게 뭔가를 건네며 속삭였다.


- 커뮤니티에 들러도 될까요?


이룬의 말에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태워다 줄게요.


관리자의 말에 이룬이 고개를 끄덕이고 담당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갔다. 연방 관리자는 담당자가 모니터에서 깜박이던 부적합 판정 시그널을 눌러 적합으로 바꾸는 모습을 확인하고 이룬을 뒤따라 나갔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담당자가 무언가를 조작하고 다음 대기자를 불러들였다.


커뮤니티에서 관리자는 이룬과 함께 움직이며 이것저것을 챙겨주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룬을 따라다니며 감시의 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룬은 커뮤니티의 모든 곳을 눈으로 차근차근 담고 있었다. 랜디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영상으로 바뀌어 이룬에게 새롭게 심어진 메모리칩에 기록되었다. 연방 관리자는 이룬이 동면 센터 담당자에게 받은 그 장치를 알지 못했다. 모든 순간이 기록되었고 심지어 관리자의 얼굴도 담겼다.


- 이룬? 아, 이룬이군요.


이룬의 뒤에서 누군가 이룬을 불렀다. 브레이커 패밀리의 줄리비에였다.


- 줄리비에, 오늘은 모임 날인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없죠?


이룬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원래는 20여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근황을 나누고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 외로움 등을 나누던 곳이었는데 눈에 띄는 사람은 10명 정도. 두어 번 참여한 이룬으로서는 무척 낯선 모습이었다.


- 이룬, 열 분이 연방이 마련해준 집으로 이사한다고 했어요. 그곳은 낙원이라더군요.


줄리비에가 ‘낙원’을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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