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이 영상은 삭제하지 말고 영구보존해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15


이룬은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이룬이 모르는 사이 나노캠이 이룬을 따라 방의 모든 것을 녹화했다. 이룬의 눈이 랜디의 사진에 가 닿았다. 지적으로 생긴 얼굴.


- 못생긴 편은 아니지.


못생겼다고 이룬이 놀리면 랜디는 늘 이렇게 항의했다. 이룬의 입 끝이 살짝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도무지 뭘 준비해야 할지…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랐다는 것 때문에 이룬은 다시 돌아올 일을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마리에를 불렀다. 마리에는 이룬에게 연방에서 진과 함께 제공한 패밀리 로봇이었다. 마리에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룬은 랜디가 함께하면서부터 마리에와 진과 함께 살았다. 진은 아빠, 마리에는 엄마를 담았다.


엄마는 부드러운 성정을 지닌 여성이었다. 마리에는 엄마 이름을 따서 지었고 어떤 일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엄마의 성정을 닮아 모든 행동에 여유가 있었다.


주인에 동화되는 패밀리 로봇의 특성상 마리에는 이룬에게 다가오면서 실시간으로 동화되었다. 마리에는 슬픈 모습으로 이룬을 안아주었다.


지구를 탈출한 인간들은 새로운 은하계에 정착하면서 옛 지구에서 버려야 했던 유산들은 가져오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A.I.가 일으킨 3차대전쟁을 겪으며 어마어마한 인명과 지구 곳곳에 큰 피해를 입은 인간들은 신 지구에서 로봇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시스템에 인간이 관여해야 한다는 조항은 신 지구 연방 기본 헌법 제 2조에 명시될 만큼 중요한 이슈였다.


300억 지구인 중 탈출에 성공한 인간은 불과 30만여 명. 로봇을 경계한 신 지구에서 로봇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였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로봇은 점점 발전을 거듭해서 사람에 더 근접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주인으로 설정된 사람에게 무조건 충성을 다 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로봇에게 의존하는 분야가 늘고 그에 따라 점점 더 지능적인 로봇들이 개발되자 지도자들은 로봇에게 알고리듬에 의한 판단력이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원칙을 뒤집는 로봇이 등장할 거라는 A.I.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로봇을 운용하는 모든 현장엔 반드시 인간이 책임자로 통제하도록 하였으며, 인간은 또한 로봇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규정을 어기면 신 지구 궤도에 정착된 세 개의 위성 중 하나에서 긴 시간 노역을 하는 엄한 벌을 받게 하였다.


집에 오는 동안 이룬을 따라온 세 개의 달은 사실은 거대한 세 개의 위성이었다.


우주를 유랑하던 모선에서 모험을 떠난 120여 개의 디스커버리팀 중 하나가 지구와 유사한 별을 발견했다. 다만 이 별에는 달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달을 만들자.


수만 년 동안 옛 지구에 맞춰 진화한 인류는 지구와 다른 환경에 처했을 때 그만큼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할 거라는 판단을 했던 지도자들은 발견된 별의 환경을 가능한 옛 지구와 유사하도록 하고자 했다. 선발대가 먼저 와서 모선이 그 별에 도착하기 전 달을 만들어 궤도에 올리도록 했다.


옛 지구의 세 배에 달하는 새로운 지구에 썰물과 밀물이 있는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개의 달이 필요했다. 크기는 옛 지구의 달과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산출하고 사이의 위치와 각도까지 계산되어 인력을 조절한 세 개의 달이 차례로 궤도에 진입한 얼마 후 거대 모선이 긴 우주 항해를 끝내고 새로운 땅에 내려왔다.


탈출 후 부모와 그 부모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죽고 우주 4.5세대인 인류가 마침내 새로운 땅에 내려선 것이다.


이룬이 마리에의 등을 두어 차례 토닥이고 말했다.


- 마리에, 나는 아마도 무척 오래 여행을 할 것 같아. 그러니 마리에가 집을 잘 돌봐줘. 혹시… 나는 못 와도 랜디가 돌아오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안아주고 커피를 내려주고 아침을 만들어 줘. 내가 있는 것처럼 랜디를 지켜줘. 부탁해 마리에.

- 네, 이룬. 그럴게요.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 그래, 마리에. 랜디와 나 사이에 아기가 생겼어. 이름은 크리스로 지었어. 크리스가 집에 돌아오면 마리가 엄마가 되어줘. 이 영상은 영구보존해. 나중에 크리스나 랜디가 돌아오면 재생하도록 해.

- 네, 저장했어요.


이룬이 다시 한번 마리에를 토닥여주었다. 그런 이룬을 마리에가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었다.


#단편소설 #갤럭시브레이커 #사랑이야기




작가의 이전글갤럭시 브레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