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하루가 아니라 스무 날이었어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16


- 하나...가 아니라니?

- 랜디, 그 딸림별들에서 그 시간에 정확하게 감지된 생명체는 2천 2백 73억 3천 7백 6십,

- 그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재클린, 그걸 알고도 별을 소멸시켰단 말이야?

- 랜디,

- 도대체... 우린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재클린, 왜 우리가 악마가 되어야 하는 거야? 왜?


모니터에서 랜디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졌다. 재클린이 그런 랜디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랜디가 머리를 싸쥐고 무릎에 파묻는 영상이 보였다. 재클린은 천천히 랜디를 불렀다.


- 랜디, 랜디


랜디가 고개를 들어 모선 쪽을 보았다. 재클린은 랜디의 눈가에서 빛나는 눈물을 보았다.


- 랜디, 어차피 그들은 살 수 없었어요. 별들은 모두 폭발해 블랙홀로 바뀔 테고 폭발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생명체는 사멸될 거였어요.

- 재클린, 그들은 다만 며칠이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었어. 그 며칠 만에 그곳을 탈출할 수도 있었어. 지구인들이 태양계를 탈출했듯이 말이야. 그걸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들의 생존 가능성을 막은 거지?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 며칠을 그들에게서 빼앗은 거냐고. 어쩌면 그들은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소멸했을 거야. 재클린. 우리가 그랬어.

- 랜디,


랜디에게 들리지 않는 중얼거림이 텅 빈 데크를 울렸다.


며칠이 아니에요. 랜디, 별이 소멸하기까지 그들의 시간으로는 몇십 년, 아니 몇백 년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몇천 년일지도. 우리가 말살한 생명체 숫자는 이제 인간의 숫자로는 셀 수조차 없어요. 랜디, 나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랜디, 나는, 나는,...


- 재클린, 우린 얼마나 이런 짓을 한 거야. 우리별에 돌아가면 우리를 아는 사람이 남아있기나 한 거냐? 난 얼마 전부터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어. 우리의 시간이 우리를 아는 사람들보다 얼마나 느리게 가는지.

- 랜디,

- 19시간이라며. 하지만 3주였나 봐. 하루가 아니고 20일이었다고. 그 대부분 시간을 난 잠들어야 했어. 잠자는 동안 나를 그 작은 방에 가두어두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은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나이 들어갔겠지.

- 랜디,

- 이룬에게서 온 그 메시지... 재클린이 꾸며낸 거지? 이룬이 살아있겠어? 십 년이 아니라 백 년이 지났을 텐데. 이룬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어? 살아서... 살아서 나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을까? 재클린, 도대체 왜?

- 아... 랜디,


모니터 속에서 랜디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돌에 부딪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캡슐은 자잘한 흠집만 날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재클린이 간절한 목소리로 랜디를 불렀다.

- 랜디, 랜디 제발 그만둬요. 랜디, 랜디. 그러지 말아요. 제발 랜디... 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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