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살아지도록 사랑이 지면 사라지도록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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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이룬의 캡슐 어드레스를 치자 역시나 부적합으로 판정된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 누구는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아?


관리자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이전의 모든 부적합 판정 기록을 삭제했다.

백 년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파일럿의 생명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파일럿이 없는 함선은 무기를 사용할 수도 없고 워프 터널이 없이 별에서 별로의 긴 운항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중요한 파일럿의 심신 안정을 위한 휴머노이드로 가장 적합한 인간은 가족이었다. 그러나 랜디의 경우엔 가족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이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랜디가 혹시라도 이룬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이룬의 존재를 숨겼던 것이다. 더구나 랜디의 엘리트 지위는 파일럿으로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기억하지 못해 그냥 넘어갔겠지만.

하지만 랜디는 십 년이면 모든 게 해결될 거로 생각해서 이룬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파일럿으로 자원했다. 그래서 랜디의 갤럭시 브레이커 함선에는 가족 대신 휴머노이드 재클린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연방은 가족 아닌 재클린을 인스톨한 부분을 문제 삼으며 관리자를 압박했다.

고민하던 관리자에게 이룬이 보낸 진정서가 도착한 건 정말 크나큰 행운이었다. 관리자는 곧바로 이룬의 커뮤니티를 찾아가 휴머노이드가 되도록 설득을 진행했다.

시스템에서 이룬의 자료를 새로 정리하고 가수면 상태의 프로토콜을 입력한 관리자가 이룬에게 다가와 상태를 확인했다. 이룬은 수면 가스로 기초적인 신진대사를 제외한 모든 인체 기관이 정지되었다. 아기의 생명 보존 장치가 이룬에게 투입되고 잠시 후 이룬의 캡슐에는 프로세스 완료라는 시그널이 켜졌다.

주변을 둘러본 관리자가 연방 책임자에게 동면 센터 담당자가 실종되었다고 보고했다. 동면 센터는 신 지구 연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장소였다. 책임자는 임시 담당자가 도착할 때까지 센터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몇 시간 후 임시 담당자가 센터에 도착했다. 임시 담당자가 컨트롤 데크에서 관리자를 찾아 다가왔다.

- 관리자님?

- 네, 제가 관리자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임시 담당자 엘리입니다. 새 담당자가 올 때까지 이 동면 센터를 관리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엘리는 관리자의 인사에 마주 인사를 건네고 모니터에서 센터의 시스템과 관리되는 캡슐 등의 기본 자료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엘리가 꺼내놓은 작은 태블릿엔 연방에 저장되어 있던 동면 센터의 데이터들이 들어있었다. 데이터 대조를 마친 엘리는 “문제없군요.”라고 관리자에게 인수인계 완료를 통보했다. 엘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관리자가 힐끗 이룬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프로세스를 고치고 새로운 프로세스로 세팅하느라고 이룬의 캡슐을 센터 어드레스로 보내는 것을 잊었던 것.

- 이 캡슐이 왜 나와 있지? 컴퓨터, 캡슐 어드레스 넘버 H_H12542 이룬 스카레이 캡슐 원위치시켜.

엘리는 이룬의 네임택을 확인한 후 시스템에 원위치 지시를 내렸다. 시스템이 캡슐 어드레스 넘버 H_H12542 이룬 스카레이 원위치시킵니다.라고 반복하고 캡슐을 움직였다. 관리자가 문을 나가며 슬쩍 돌아보니 엘리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패널에 올리고 태블릿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움직이는 캡슐 안에서 반쯤 열린 이룬의 눈에 그 모든 것이 비쳤다.

- 잘 됐어.

관리자가 작은 목소리를 남기고 동면 센터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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