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그들은… 돌아오면 안 되는 거였군요.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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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레스 12133 다즐리 아리아나의 캡슐 소거 프로세스를 완료합니다.


어드레스 12134 마사 드렉슬러 캡슐 소거 프로세스를 완료합니다.


어드레스 12135 스미스 크로 캡슐 소거 프로세스를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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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컴퓨터의 프로세스 알림이 마침내 끝났다.


컨트롤 데크에 고요한 적막이 돌아오고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세어보던 숫자를 입속에 담고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되뇌었다. 95, 96, 97, 98, 99…


100년의 생명을 유지해온(살았던이라고 하려니 저들은 과연 살아있었던 걸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99명의 시간이 비로소 완전히 멈춘 것이다.


- 신 지구 역사 최초의 제노사이드를 기록하셨군요. 당신은 스탈린 히틀러 같은 학살자로 후세에 기억될 겁니다.

- 후세가 있다면.

- 무슨 말이죠?


남자가 입을 열려다가 문득 멈추고 엘리를 보았다.


- 차가운 우주를 떠돌다가 어느 별의 인력에 끌려 들어가 이름도 모를 땅에 추락하여 무덤이 어딘지도 모르고 타버리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 그래도 생명이에요.

- 맞아요. 생명이죠. 아주 소중한.

- 그런데 무슨 권리로 그 숨통을 끊어요?

- 저들은 인스톨을 결정한 후부터는 스스로도 삶이란 것에 미련을 버렸을 겁니다.

- 그건 관리자님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않아요? 저들 중 얼마나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수면 가스 속에 눈을 감았을까요.


남자는 관리자였다.


- 생각해봐요. 돌아와도 아는 사람은 다 죽고 자신만 오롯이 세상에 남아있다면.


의자에 묶여 담담히 그의 말을 들으며 엘리는 지금 자신에게 닥친 위기보다 갤럭시 브레이커들이 지구에 돌아와 100년의 동면에서 깨어나고 센터를 나섰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스스로에 집중했다.


세 개의 인공 달이 떠있는 밤. 신문명의 주의 깊은 배려로 아직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계획하에 심은 가로수가 일정 간격으로 늘어선 길을 천천히 걸었다.


가슴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갤럭시 브레이커 파일럿과 함께한 지난 100년은 너무나도 지루하고 너무나도 먼 여행이었다. 아 맞다!


- 파일럿. 파일럿이 있어요. 휴머노이드들은 혼자가 아니었어. 100년 간의 긴 우정 혹은 사랑, 혹은 전우애든 뭐든 그들에게는 함께한 연대가 있어요. 파일럿은 돌아오잖아요.


관리자가 엘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갤럭시 브레이커들의 귀환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갤럭시 브레이커 프로젝트는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어요.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갤럭시 브레이커 프로젝트가 불법으로 진행된 거라고요?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이 프로젝트를 아는 사람은 연방 관계자와 돈을 댄 기업, 휴머노이드와 파일럿 그리고 당신.


- 아…


순간 엘리의 등줄기로 경악과 소름이 지나갔다. 하지만 표정을 최대한 지우고 말했다.


- 그들은… 돌아와서는 안 되는 거였군요.


관리자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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