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아… 저런 건 처음 봐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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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폭풍이었다. 한 번 발생하면 한동안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중형 커뮤니티와 인근의 소형 중력 돔을 무기력하게 하는 초자연 재해.


중력 증후군, 아직도 그 종류가 다 밝혀지지 않은 세균과 바이러스와 원시 지구에서나 볼 법한 이계 생물들과 함께 신 지구 연방에서 커다란 피해를 일으키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


그나마 중력 돔에는 EMP 시스템으로 자기 폭풍의 발생이나 침입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런 황야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저런 크기와 속도라면.


- 아… 저런 건 처음 봐.


평소엔 자기 폭풍 발생의 규모와 시기를 파악해서 각 커뮤니티 단위로 주의 예보가 발령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당하는 기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위기를 감지한 찰리가 트레일러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다가오는 폭풍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폭풍의 규모가 너무 커서 회피가 불가능했고 진행 속도는 이미 트레일러의 최대 속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트레일러가 극심하게 요동 쳤다.


- 찰리, 이룬에게 마지막 통신을 남겨


진이 모든 걸 포기하고 찰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리에가 진의 손을 꽉 잡고 눈을 감았다.


- 이룬… 부디 끝까지 무사하기를.

- 이룬… 네가 우리 딸이어서 행복했어. 우리 나중에 보자.


찰리가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 속도를 냈지만, 꽁무니를 아슬아슬하게 물고 달리던 폭풍이 마침내 트레일러를 집어삼켰다. 순간적으로 들어 올려진 트레일러는 까마득하게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폭풍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폭풍의 회오리 바깥으로 맹렬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주변을 온통 태워 지나간 자리를 초토화했다.


자기 폭풍이 지나간 며칠 후 통신망이 회복되고 이룬은 찰리의 마지막 통신을 받았다.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는 부모의 소식에 걱정이 앞섰지만 간혹 잡히는 통신에서 거대한 자기 폭풍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마도 그것에 발이 묶여 커뮤니티에서 며칠 지나다 오려나 싶었는데…


이룬이 부모의 흔적을 찾아 현장으로 갔다. 폭풍이 지나간 경로를 따라 몇 번이나 왕복하며 흔적을 찾았지만, 바퀴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길고 새카맣게 폭풍이 휩쓸고 간 폐허만이 남아있을 뿐.


실감이 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이룬은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식탁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기요…


쓰러져 있던 남자가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다리를 보니 상처는 잘 치료가 되어 움직임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나온 남자가 식탁에 앉아있던 이룬을 발견했다. 다가와 불러보았지만 이룬이 대답하지 않자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며 불렀다.


- 저기요?


그때 이룬이 풀썩 쓰러졌다.


- 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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