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랜디라고 하기로 해요.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이룬과 랜디


28


- 괜찮아요?


이룬의 머리에 적신 수건을 얹던 그가 이룬이 눈을 뜨자 제일 먼저 한 말이었다.


괜찮다. 무엇이 괜찮은 걸까. 아빠 엄마 찰리… 갑자기 가족을 모두 잃게 된 이룬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이룬이 그에게 처음 한말도 같았다.


- 아, 당신이군요. 이제 괜찮아요?


이룬의 말에 그는 대답 대신 적신 천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촉촉한 물기가 이룬의 입술을 가만히 적셨다. 이룬이 일어나 앉으려고 하자 남자가 일어나기 쉽도록 몸을 받쳐주었다.


- 연방에서 다녀갔어요.


주방에 나가 의자에 앉은 이룬에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두 로봇이 보였다. 연방에서 연락이 왔었다. 자기 폭풍에 희생된 아빠 엄마를 애도하며 연방 기금에서 보상금이 바우처로 지급될 거라는 것과 지금의 집에 그대로 살 것인지 이주를 원하는지 등을 물었다.


아빠 엄마와 찰리와 함께 했던 곳을 떠나기가 싫어 그대로 살겠다고 하자 연방 자산으로 노동력을 대체할 13타입 패밀리봇 두 대를 지원해줄 거라고 말했다.


두 패밀리봇에게 아빠 이름 진과 엄마 이름 마리에를 붙여준 이룬이 진은 농장 일과 키퍼 역할을, 마리에는 집안일과 농장 전반의 관리 역할을 지정해주었다.


진과 마리에는 연방에서 농장에 관련된 프로토콜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도착했기에 처음부터 해온 것처럼 임무를 수행했다. 두 패밀리봇에겐 이미 농장의 지형과 건물, 내부 구조 등이 입력되어 있어 물건 하나의 위치는 물론 창고들과 비품, 양들의 숫자나 상태까지 원래 같이 살아온 것처럼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이룬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생산성을 유지하려는 연방의 정책이었다.


- 이름이 뭐예요?


아, 혹시 커피가 있나요? 이름을 묻는 말에 커피를 찾는 남자에게 마리에가 자신이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남자가 고맙다고 하고 이룬에게도 마시겠냐고 물었다. 좋다고 이룬이 말하자 마리에에게 두 잔 부탁해요.라고 한다.


커피를 앞에 두고 남자는 자신이 누군지 이름이나 나이나 모든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찰리의 스캔 상으로는 허벅지의 물린 상처 외에 다른 곳의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 하던 이룬이 갑자기 침울해졌다. 순간 다시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룬이 진정될 때까지 남자는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 아빠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 아… 그래서 그랬군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잠깐씩 정신이 돌아왔을 때 분명 자신을 돌봐주던 분이 계셨다고 기억했다.


- 엄마였어요.


남자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어디 갈 데는 있어요?

- 그것도 모르겠어요.

- 괜찮으면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머물러도 돼요.

- 고마워요. 그럴게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에 생각날 때까지 랜디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했다. 랜디… 그가 그 이름을 입속에서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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