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당신이 눈을 감으면 온 세상이 어두워져요.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랜디와 이룬


30


이룬이 랜디를 보았다. 그 눈에 담긴 랜디는 하얗던 얼굴이 적당히 그을려 보기 좋은 빛으로 같은 빛깔의 눈동자 안에 이룬을 그득 담아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 아침을 기다리는 태양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라고 생각했다. 이룬이 자신도 모르게 랜디의 입술에 입술을 댔다. 보드랍고 따뜻해서 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랜디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 감지 말아요.


이룬이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랜디는 가만히 이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당신의 눈이 감기면 세상이 온통 어두워질 것 같아요


이룬이 눈을 뜨고 말했다. 랜디의 황금빛 눈동자가 이룬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이룬 저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룬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랜디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하려고 할 때 이룬이 손가락을 들어 입술을 막고 말하지 말아요.라고 했다. 랜디는 가볍게 웃으며 하지 말라는 게 많군요.하고 이룬을 가볍게 안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이룬은 곁에서 잠들어있는 랜디를 보았다. 함께 지내온 모든 순간들이 영상이 되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랜디는 심성이 착하고 겉으로는 단단한 남자였다. 기억해내지 못하는 그 과거에서도 그는 역시 그랬을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 이룬이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자기 폭풍에 부모님을 빼앗기고 처음. 이룬은 다시 잘살아 보고 싶은 의욕을 느꼈다.


- 일어났어요?


눈을 뜬 랜디가 이룬을 보고 싱긋 웃었다.


- 머리 아픈 데는 괜찮아요?

- 괜찮아요. 생각보다 돌머리인가 봐요.


랜디의 말에 이룬이 활짝 웃었다. 그런 이룬을 보며 랜디도 같이 웃는다. 마리에가 두 사람을 위한 커피와 아침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좋은 꿈 꾸셨나요? 이룬님 랜디님.


트레이를 침대에 내려놓은 마리에가 랜디에게 다가가 머리를 보여달라고 했다. 랜디의 뒷머리에 작은 상처가 보였다. 지난밤에 랜디는 이룬에게 밀려 침대에서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었다. 랜디는 잠깐 충격을 받은 거라고 했지만 이룬이 부르는 소리에 달려온 마리에의 스캔으로는 랜디가 기절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랜디는 머리를 부딪쳐 충격을 느끼면서 뭔가 아련하게 떠오르다가 마리에의 스캔과 응급처치에 정신을 차렸다. 잠깐이지만 랜디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눈앞에 있는 걸 보았다. 그는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여러 명의 남자와 여자에게 무척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과거에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는 것 같았는데 금세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룬을 보며 곧 마주 웃어주었다.


도끼로 나무를 패던 랜디가 눈을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만치서 이룬이 그런 랜디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미소 짓던 랜디가 문득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쪽에서 뭔가가 이룬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룬은 랜디가 다른 곳을 보자 같이 눈을 돌리고는 곧 눈동자에 당황과 공포 같은 컨트롤 하기 어려운 감정을 담았다.


- 이룬! 달려요! 어서!


랜디가 나무를 패던 도끼를 들고 이룬 쪽으로 맹렬히 달려갔다. 이룬은 랜디를 향해 모든 힘을 이끌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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