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자연분만 합시다.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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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페와 엘리


정답… 그럼 저 사람들까지 죽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엘리가 문득 또 하나의 사건을 떠올렸다. 자신이 최초로 인스톨에 성공한 이룬과 그 아이. 그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100년 전 이룬을 인스톨 하기 3일 전, 아이를 가진 상태로 가수면에 들었던 이룬에게서 아이를 먼저 꺼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였다.


- 아이요? 아이고… 오 마이 베이베 하는 그 아이? 울면 배가 고픈 건지 똥을 싼 건지 모르는 그 아이 말이에요? 올 때는 천사로 와서 몇 년만 지나면 악마로 변하는? 세상에 안 돼. 왜 내 첫 인스톨 케이스가 이렇게 김난도로 오냐고요. 이건 정말 신이 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지경이라고요. 아이고…


아페 돌런트가 절망에 빠진 엘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걱정하지 말아요. 아이를 받는 건 우리 직원이 할 거니까 엘리는 인스톨에 집중해줘요.

- 아니 관리자님. 바이탈이 문제라고요. 저 같은 애가 무슨 아기를 받아요. 그건 모르겠고! 일단은 저 산모 바이탈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인스톨은 신 지구 역사상 단 한 건도…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춘 엘리가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 아니 뭐 거의 한 건도 없을 거라고요. 그렇단 이야기는 그만큼 시도가 없었기도 했지만 거의 실패해서 비난을 우려해 케이스에서 뺐을 거라고요. 저 이래 봬도 연방 대학 수석이에요.


엘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인스톨이라는 작업이 그만큼 정교하고 어려운 작업이라 보통 센터 담당자들은 엘리트 중 엘리트가 뽑혔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직업군이고 그만큼 대우도 최상급. 아마 엘리만 해도 선택적 혜택을 받아 부유 돔에서 생활했을 것이다.


- 엘리, 부디 침착하게 그 좋은 머리를 써요. 어떡하면 산모의 바이탈에 무리 없이 인스톨을 진행할 수 있을지.

- 있었으면 벌써 써먹었게…아!


아페가 엘리의 마지막 말에 집중했다. 유레카!


다음 날 오후 일단의 인물들이 수송선으로 센터에 도착했다. 그리고 엘리가 바로 이룬의 캡슐을 소환했다. 이룬의 배는 이미 출산 징후가 뚜렷하게 불러 있었다.


- 아이가 무척 클 거라고요.


엘리가 가만히 셈을 해가며 말했다. 보통 아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지런히 움직일 것을 권했다. 그건 아기를 키우기 위해 보통보다 먹는 양이 늘어나는데 대신 몸이 힘드니 움직이기를 꺼려서 아기가 과하게 성장하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큰 아이는 출산 때 무척 큰 고통을 수반하고 심지어 산모를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


아무리 과학, 의학이 옛 지구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고 해도 여전히 출산은 의학을 빌리기보다는 자연적인 출산을 권했다. 그건 모체에서 성장하는 동안 익히게 되는 학습이 아기의 체질을 더 강하게 해준다는 오랜 학설이 아직도 뒤집히지 않아서였다.


이룬은 아이가 자라는 동안 캡슐에서 움직이지 않고 최소한의 영양분을 공급받았자만 아기에게 가는 탯줄에는 별도의 튜브를 달아 아기를 위한 영양분을 공급했었다. 당연히 아기는 정상보다 무척 성장했을 것이다.


- 하지만!


숨을 고른 엘리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 그렇다고 배에 레이저를 대는 건 바이탈을 더 흔들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다소 촉진제를 쓰더라도 자연분만을…

- 자연분만이라고요? 갤럭시 브레이커들은 곧 출항이에요.


같이 온 여자 중 리더인 듯한 여자가 날카롭게 말했다. 아페가 그를 바라보며 엘리를 가리켰다.


- 캐서린, 엘리는 최고의 천재 그룹이에요. 엘리의 말을 좀 더 들어보고 판단합시다.


캐서린이라고 불린 여자가 곧 고개를 숙이며 네 보스라고 했다. 엘리가 아페를 새삼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 아 당신이 보스였구나요.


잠시 생각을 정리한 엘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여러분들의 어머니를 생각해봐요. 그분들이 당신들을 위해서 무엇을 희생했고 무엇을 지켜주었는지.


엘리의 말에 집중하던 사람들 중 하나가 아!하며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자신을 보자 머쓱했는지 흘러내린 머리를 그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고 다시 엘리를 보았다.


- 아마도 저 분의 아!가 맞을 거예요. 모성애는 무엇보다 큰 사랑이니까요. 엄마인 이룬의 힘을 빌려보자는 거죠.


아페가 박수를 쳤다. 그 박수에 사람들이 곧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혹시 몰라 촉진제를 챙겨온 사람은 그 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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