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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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엘리의 말이 계속되었다. 어쩌면 그만큼 엘리도 불안하기에 스스로 용기를 주려고 하였는지도 몰랐다.
- 봐봐요. 사실 출산과 인스톨은 상극인데 거기에서 미리 예방하겠다고 한 팀들은 전부 실패.
까지 말한 엘리가 잠시 눈을 감았다. 순간 센터 컨트롤 데크에 정적이 맴돌았다. 아페의 지시가 내려진 후로는 그 누구도 엘리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잘 따르는 거든지 잘 따르게 한 거든지.
몇 분 후 눈을 뜬 엘리가 다시 입을 열자 컨트롤 데크에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동안은 고요하게 너울만 일다가 밀려와 부딪치는 순간 모든 것이 살아나는 것처럼 엘리의 목소리가 세팅에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리듬을 주는 것 같았다.
아니 아페는 오히려 놀라고 있었다. 엘리의 말이 공간을 리드미컬하게 조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순간 엘리는 신 지구 연방 최초의 출산 후 인스톨을 위한 교향악단의 지휘자가 된 듯했다. 옛 지구 성애자인 아페에게 무엇보다 아쉬웠던 게 바로 교향악단이 사라진 것이었다. 지구를 탈출한 인원은 극소수였고 그 중 악기연주가 가능한 사람은 더 적었다. 하물며 마에스트로 급 지휘자라는 존재는 동물이 멸종하듯 멸종해버려 박물관에 보관된 LP에서나 볼 수 있는 장엄한 광경이었다.
- 기록을 뒤져보니 모두 일곱 번 시도가 있었군요. 이들은 모두 실패한 사례를 기록에 남겼는데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순간 사람들이 다시 하던 일을 멈추고 엘리에게 시선을 모았다. 사실 누구에게 한 질문인지 몰라서였지만.
- 제…왕…절 개?
역시 아!의 대답이 있자 엘리가 정답! 이라고 외치고는 말했다.
- 맞아요. 일곱 차례의 제왕절개가 시행되었고 일곱 차례 산모 모두 인스톨 실패 후 출산과 인스톨의 부작용을 못 견디고 사망.
긴장감이 실내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의사 직업군이거나 센터 관련자, 캡슐 관리자 등 이 계통에서 꽤 실력을 쌓은 이들이기에 지금 하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때,
- 심지어 아기까지 사망해서 관련자들에게 세 번째 달 40년 노역 형이 내려졌어요. 물론 일이 년 후 거의 사면 됐지만.
이번엔 협박이다. 신 지구 연방에서 인구는 무척이나 중요한 이슈였다. 기껏 늘려놓으면 중력에 눌려 죽고 자기 폭풍에 휘말려 죽고 희한한 바이러스에 후각 기능을 상실하다가 결국 심장마비나 폐색으로 죽기도 하고 최근엔 심심찮게 하이에나까지 인구수를 줄이는 데 동참했다. 이런 시국에 산모의 죽음이야 어떻게든 커버가 되겠지만 아기의 죽음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 그래서!
엘리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앨리의 말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얼굴에 가득했던 수심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 아무도 실행한 적이 없는 방법, 즉 자연분만해보자는 겁니다. 과연 가수면 상태였던 엄마가 아기를 지켜줄 것인지. 또한 산모는 자기 자신을 지킬 것인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면 이왕이면 안 갔던 길로 가봅시다.
엘리의 조금은 긴 연설이 끝나자 아페를 시작으로 모두가 손을 들어 박수를 보냈다. 어디서 봤는지 엘리가 청중을 향해 연주를 막 끝낸 지휘자처럼 돌아서서 멋들어진 인사를 보냈다. 그 모습에 아페는 또 다시 놀랐다. 그리고는 엘리를 유심히 기억 안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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