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아기를 만지려고 안간힘을 쓰던 이룬이 손이 툭 떨어졌다.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33


- 옥시토신 투여할까요?


아!가 보고를 하고 튜브에 주사 캡슐을 투입할 준비를 했다.


- 옥시토신이 뭐죠?


엘리가 되물었다.


- 아!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호르몬입니다. 투여할까요?


엘리가 잠시만요! 라고 대답하고 눈을 감고 순식간에 옥시토신이라는 단어를 두뇌의 전극에 이어진 브레인 디스크에서 찾아냈다. 사랑의 호르몬. 좋아. 옛 지구식이네.


옥시토신에 관련된 모든 사항이 정연하게 엘리가 착용한 데이터 링크를 통해 눈앞에 띄워진 모니터로 전송되었다.


이룬의 동면 캡슐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모니터에 띄워 바이탈을 체크했다. 바이탈은 가수면 상태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였다.


- 자, 이제 역사를 시작해봅시다.


엘리가 손뼉을 짝 치며 모두에게 당찬 선언을 던졌다. 엘리의 신호를 기다리던 아!가 엘리의 손짓에 따라 튜브에 캡슐을 투입했다. 호르몬 캡슐은 튜브에 투입되자마자 분해가 시작되며 투명한 관을 따라 이룬의 몸으로 들어갔다.


엘리가 이룬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했다. 닥터가 이룬 곁에서 이것저것 조언을 하고 출산을 도울 준비품들이 제자리에 놓였다.


- 시작이에요.


닥터의 말에 엘리가 이룬의 얼굴을 보았다. 이룬이 눈을 뜨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런… 깨어났어.


엘리가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페가 다가와 모니터를 보고 말했다.


- 인간은 참 신비한 존재야. 가수면이 어떻게 풀렸지.

- 가수면을 스스로 풀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죠?


아페의 요원 중 동면 센터 출신 남자가 엘리에게 의문을 던지자 엘리가 글쎄요.라고 말하고 브레인 디스크를 검색했다.


- 세상에… 가수면을 스스로 풀어?… 그럼 동면 센터에서 수면 중인 사람 중에도 저런 일이 있었던 적이 있을까…


기록을 찾아보던 엘리가 동면 중에 스스로 깨어난 사례가 두 번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미 100년도 더 된 사건으로 초창기의 일이고 그 일로 인해 장치와 약품에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 이후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대 동면 센터의 기록으로는 불가능한 케이스를 이룬이 만들어낸 것이다.


- 산모의 신체에서 자체 옥시토신 반응이 활성화됩니다.

- 태아 바이탈 모두 정상입니다.


이룬과 태아에게 연결된 모니터를 체크하던 요원이 보고했다. 투입된 호르몬과 별개로 이룬에게서 확연하게 자체 호르몬 분비가 시작되었다.


- 출산할 걸 알아요.


엘리는 마치 자신을 보듯 인상을 쓰고 카메라를 보는 이룬을 보며 감정에 무엇인가 낯선 기운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이룬은 캡슐 안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사력을 다해 아기를 내보내고 있었다.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안간힘을 쓰는 소리가 컨트롤 데크를 가득 메웠다. 사람들 모두 말없는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를 이룬에게 보냈다. 누구는 두 손을 꽉 쥐고 힘을 쓰고 누구는 종교에 기대는 건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끄으으응 으아아아 으아아아악


이룬의 비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은 모두가 마치 이룬의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하나가 되어 간절한 에너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리 없이 뜨거운 응원과 열정을 모아 결국 이룬은 출산에 성공했다.


닥터가 손을 뻗어 아기를 받아냈다. 아기를 받아든 닥터가 이룬에게 아기를 보여주었다.


- 아들이에요. 축하해요.

- 크…크리스…크리스토…퍼…


아기에게 손을 뻗어 만져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이룬의 손이 툭 떨어졌다.


삐이이이


- BP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모니터링하던 남자가 긴박하게 소리 질렀다. 엘리가 컨트롤 패널에서 긴급 리커버리 프로토콜을 불러내어 이룬에게 연결했다.


연한 녹색 빛이 이룬을 감싸며 튜브에 투입된 수많은 나노봇이 이룬의 신체 곳곳으로 움직였다.


- 아기도 떨어져요. 아기가!


엘리의 손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아기가 있는 소형 튜브에서도 이룬 것처럼 연한 녹색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노봇들이 투입되고 아기의 몸에서도 리커버리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 휴… 됐어요. 안정됐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니터링 요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컨트롤 데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엘리에게 다가온 아페가 수고했다며 엄지를 추어올렸다.


- 이제 인스톨 해야죠.


엘리가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이룬을 인스톨 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가상의 모니터와 컨트롤 패널 위에서.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과 명쾌한 판단으로 진행하는 엘리의 모습이 주변에서 보는 이들에겐 마치 지휘를 위해 허공으로 손을 휘젓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한쪽에서 저게 처음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Successful installation


그린 라이트가 점등하며 인스톨 성공을 알리는 시그널이 떴다. 엘리가 이룬의 얼굴을 보았다. 모든 짐을 덜어낸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다. 아페가 손뼉을 치며 성공을 축하했다.


- 잘했어요. 엘리, 아 참 동면 캡슐 한 사람 더 해줘야 하겠어요.

- 네?

- 아기,.. 크리스토퍼를… 아니다.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아페가 눈짓을 하자 모니터링 요원이 뒤에서 다가와 엘리에게 마취 캡을 씌웠다. 순간 엘리의 눈이 동그랗게 바뀌었다가 고개를 푹 꺾으며 쓰러졌다. 그런 엘리를 받아든 요원이 준비된 동면 캡슐로 엘리를 옮겼다.


동시에 옆에서는 아기를 소형 동면 캡슐에 올리고 아기와 엘리의 수면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 모든 작업을 마치자 아페가 요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동면 캡슐로 들어갔다. 잠시 후 동면 센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적막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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