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지 마!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엘리와 아페
36
아페가 크리스가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엘리는 더 많은 말이 입안에서 맴돌고 있었고 아페가 뭐라도 말하는 순간 바로 튀어 나갈 준비를 했지만 아페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은 와인을 조금씩 마시며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 엘리가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지도록 만들었다.
- 그…
- 크리스도 캡슐에서 자랐어요. 물론 우리 두 사람보다는 조금 일찍 깨어나도록 했지만.
엘리가 참다못해 입을 여는 순간, 아페도 입을 열었다. 동면? 아 뭐 그럼, 말은 되네…라고 중얼거리는 엘리에게 아페가 다시 속박 도구를 내밀었다. 엘리가 고개를 도리도리하자 아페가 다시 속박 도구를 앞으로 쑥 내밀었고 엘리는 뒤로 물러서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 싫어요.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어.
- 엘리에게는 언니가 한 사람 있지요?
- 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 당신은 엘리 슈타인, 언니는 베스 슈타인. 당신과 쌍둥이. 당신의 생활비를 대 주던 쌍둥이 언니.
엘리의 눈이 아련해졌다. 언니 소리만 나와도 마음이 울적했다. 학비와 숙소는 연방에서 해주었지만, 생활비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언니가 중력 돔에서 일하며 엘리를 뒷받침했다. 엘리의 언니 베스는 엘리만큼 똑똑한 사람이었다. 둘의 부모는 엘리와 베스가 어릴 때 사고를 당해 동시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에도 하이에나가 문제였다. 곁에서 노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안 보여 두리번거리던 아빠의 눈에 아이들을 항해 은폐하며 다가가는 두 마리의 하이에나가 보였다.
- 엘리! 베스!
아빠가 다급하게 달려가며 아이들을 부르자 놀던 아이들이 방그레 웃으며 아빠에게 손을 벌리고 달려왔다. 아빠가 아이들의 앞을 두 팔을 벌려 막아서고,
그 상황을 보고 놀란 엄마는 삽을 집어 들고 무작정 달려들었다. 아빠가 뛰어드는 하이에나를 어깨로 밀쳐 물리치는 동안 틈을 노리던 다른 한 마리가 아빠의 어깨를 물었다. 이어 나가떨어졌던 다른 한 마리가 목을 노리고 달려들 때 엄마가 삽으로 하이에나를 쳤는데 하이에나의 눈에 맞으며 아빠를 위기에서 구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어깨를 크게 물린 아빠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아빠를 쓰러뜨린 하이에나가 이번엔 엄마가 휘두르는 삽을 피해서 달려들었다. 하이에나가 엄마의 목덜미를 물고 마구 흔들자 엄마가 맥없이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보던 아빠가 벌떡 일어나 목을 물고 있던 하이에나의 머리를 성한 한쪽 팔로 끌어안고 머리로 끝없이 들이받았다. 하이에나는 엄마의 목을 문 채로 아빠의 공격에 버티다가 숨을 거두었지만, 엄마는 이미 목숨을 잃었고 아빠도 결국 숨이 멎고 말았다.
엘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자신과 언니는 이미 세상에 없었을 것이니 부모님에게서 두 번의 생명을 받은 것이다. 연방에서는 두 사람과 두 마리의 하이에나가 죽은 케이스가 없어서 고심하다가 결국 보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옛 지구 생태계의 복원을 염두에 둔 연방 관리자 입장에서 하이에나 두 마리는 두 사람의 목숨만큼 중요한 존재였기에. 엘리와 베스는 많은 사람에게 동정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 근데 언니가 베스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엘리가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자신의 입으로 언니 이야기를 아페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 당신이 자신을 엘리자베스라고 하더군요. 내가 파악한 당신의 이름은 엘리, 엘리 슈타인. 베스는 뭘까 생각해보다가 조사를 시키니 언니가 있었고. 그래서 여기에 언니를 인스톨 해 두었지요.
아페가 주머니에서 작은 디스크를 꺼내어 컨트롤 패널 위에 올려놓았다. 엘리는 또 다른 희망이 생기는 걸 느꼈다.
- 언니를 어쩔 셈이죠?
- 걱정하지 말아요. 언니의 캡슐은 바로 이 센터 어딘가에 있으니까.
아페가 속박 도구를 내밀자 엘리가 망설이다가 손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고리가 나와 엘리의 손을 구속했다.
- 아페, 언니를 해치지 말아요. 부탁해요.
아페의 말이 막 시작되려고 할 때 문이 확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아페가 돌아보며 누군가? 하고 묻자 두 사람은 대답 없이 아페와 엘리 곁으로 다가왔다. 한 남자가 속박 도구에 묶여있는 엘리를 보더니 아페에게 물었다.
- 당신이 관리자인가?
- 당신은 누군데 센터에 무단침입을 했는가? 센터 무단침입은 노역 형 정도로 끝나지 않는 1급 범죄다.
- 그건 알 거 없고, 이 여자는 왜 묶여있지?
아페가 대답하지 않자 한 걸음 더 다가설 때 아페가 남자를 밀치고 문으로 달아났다. 품에서 무기를 꺼낸 남자가 아페를 쏘려고 하자 엘리가 소리를 쳤다.
- 쏘지 마! 그가 죽으면 언니가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아요!
엘리의 외침에 멈칫한 남자가 무기를 내렸다. 엘리의 만류로 아페가 무사히 달아나고 나서 세 사람만 남은 컨트롤 룸에 먹먹한 적막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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