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이룬 스카레이 동면을 해제합니다.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37


엘리와 랜디



- 누구세요?


엘리의 물음에도 남자는 말 없이 품에서 디스크를 꺼내어 다른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 뭐 하시는 건데요? 저도 좀 알면 안 되나요?


디스크를 받은 남자가 컨트롤 데크로 올라가 컨트롤 패널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본 엘리가 말했다.


- 저기요. 여기 담당자가 전데요? 아니지. 저였거든요. 뭘 하시는 건진 모르겠지만요.

- 에밀, 잠시만.


그 말에 데크 아래의 남자가 데크 위 남자를 잠시 멈추게 하고 말했다.


- 당신이 이곳 담당자였다고요? 그게 언제였죠?

- 뭐 말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백 년 전에요.


엘리의 말에 남자의 얼굴에 희망의 태양이 떠올랐다. 엘리는 남자의 황금빛 눈동자를 보며 자신의 어두운 내면이 따뜻하게 밝아지는 걸 느꼈다. 뽀송뽀송해질 때까지 바라보고 싶고 그가 누군지 무척 궁금해졌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엘리!


- 근데 당신은 누구죠?

- 저는 크리스토퍼라고 합니다.

- 크리스토퍼


크리스토퍼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가 곧바로 부연 설명 했다.


- 아니, 당시에는 랜디로 기록되었겠군요.

- 아, 랜디… 어? 랜디…그 랜디?


엘리가 드라마틱한 표정으로 랜디를 보았다. 엘리의 말에 랜디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엘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 저를 아시나요?

- 갤럭시 브레이커 파일럿, 랜디님이 맞는다면 네. 이름을 들었어요.

- 아, 백 년 전에 당신이 이곳 담당자였다면 혹시… 인스톨 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나요?

- 네. 저는 사람을 잘 기억하는 편…


엘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랜디가 급히 물었다.


- 그럼 이룬이라는 사람을 아시겠어요?

- 알죠! 알아요. 그분 출산까지 도왔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문득 랜디의 눈에 맑은 눈물이 고였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엘리가 랜디를 위로했다.


- 아니 아니, 아이고 걱정 마세요. 신 지구 연방 최초로 제가 가수면 상태로 출산 성공, 갓 출산한 산모 인스톨 최초 성공! 저 연방 대학 수석 졸업자 엘리자베스라고요!


출산에 인스톨까지 혼자 견뎌야 했던 이룬의 고난에 마음 아파하던 랜디가 엘리의 너스레에 잠깐 마음을 추스르고 데크의 남자에게 먼저 말했다.


- 에밀, 이분에게 부탁해보자. 디스크를 이분께 드려.

- 네, 크리스님.


크리스라는 말에 엘리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크리스…라고 중얼거렸지만 랜디에겐 이룬을 찾는다는 생각에 들떠서 엘리를 보지 못했다.


- 저는 에밀입니다. 7커뮤니티 동면 센터 담당자였고요.

- 아 그래서 그렇게 능수능란하셨구나요!


에밀이 엘리에게 디스크를 건넸다. 하지만 엘리가 묶여있는 두 손을 보여주자 아… 라고 탄식을 뱉었다. 에밀이 랜디를 바라보았다. 어떡하나요?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랜디가 아! 하며 무기를 꺼내 무기에 달린 가상 액정을 펼쳐 무엇인가를 터치했다. 그리고는 이어,


푸슛!


으악! 이라고 소리친 엘리가 묶인 게 풀려 손이 자유로운 걸 보고 말했다.


- 아이쿠 놀래라. 말도 없이 쏘시다니… 근데 신기하네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랜디가 무기의 액정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몇 개의 구분 섹션이 있고 각각 인간, 물건, 동물 등의 상징이 표시되어 있었다. 똑똑한 엘리가 바로 알아들었다.


- 아, 이건 무기의 옵션을 물질로 변경해서 쏜 거구나요?

- 네, 공격자의 신체에 상해를 가하지 않고 무기만 제거하여 생포하기 위한 옵션입니다. 동물은,

- 하이에나와 같이 위험한 동물을 죽이지 않고 생포하기 위한!


랜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말은 좀 해주시지라고 중얼거리며 엘리가 데크로 올라갔다. 엘리가 컨트롤 패널을 펼치고 이룬이 담긴 디스크를 세팅했다.


- 아? 이룬님과 또 한 분, 모두 두 분이 계시네요!


모니터를 확인하며 엘리가 말하자 랜디가 대답했다.


- 네, 이룬과 재클린입니다. 두 사람 모두 동면에서 해제해주세요.


엘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메인 시스템에 디스크를 전송하고 갤럭시 브레이커 관련 어드레스를 입력하지 곧바로 뜬 검색창에서 이룬과 재클린을 입력했다.


언인스톨 과정을 지켜보는 랜디의 표정은 복잡했다. 인간의 영혼이란 그 존재 자체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인데 저런 디스크에 담긴다는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 저런 비인간적인 행위는 처음부터 금지를 했어야 했어…

- 네?


혼자 생각하던 랜디의 입이 자신도 모르게 열리고 호기심 대마왕 엘리가 바로 반응했다. 랜디가 아닙니다.라고 얼버무렸다.


- 됐어요.


엘리가 말하자마자 시스템에서 진행 과정을 보고하는 메인 컴퓨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 캡슐 어드레스 H-H12542 이룬 스카레이 동면을 해제합니다.

- 캡슐 어드레스 H-aH12542 재클린 아이렌 동면을 해제합니다.


곧이어 캡슐이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고 컨트롤 데크로 두 개의 동면 캡슐이 들어왔다. 에밀과 엘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캡슐을 주목하고 있었다.


엘리의 눈에 보이는 두 개의 모니터에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엘리가 보기에 이룬은 처음 보았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뭐가 어떻게 됐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인간은 지금까지의 과학으로도 다 풀어낼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한 존재였기에.


랜디는 심장이 쿵쿵 뛰는 걸 느끼며 다가오는 캡슐을 바라보았다. 함께해온 백 년의 시간이 컨트롤 데크에 무겁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갤럭시브레이커

#사랑이야기

#단편소설





작가의 이전글갤럭시 브레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