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눈을 떠. 부디 이룬…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엘리와 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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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이잉 철컥
마침내 캡슐이 열렸다. 인스톨과 백 년의 동면은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엘리는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어디 하나 망가진 곳은 없는 것 같고 머리를 휘휘 돌려보았다. 양호.
휴머노이드가 되었던 두 사람의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지나고 결국 랜디가 못 참고 말했다.
- 혹시… 무…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왜 안 깨어날까요?
엘리는 누군가를 깨워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그 과정을 본 적도 없었다. 인스톨 되었던 함선 100대 중 돌아온 이는 아직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아페가 용도폐기 처리하듯 숨을 끊어버린 99명의 휴머노이드는.
엘리가 이상하네. 프로세스는 문제가 없었는데… 하며 에밀을 보았지만 에밀도 인스톨 된 휴머노이드의 영혼을 다시 육체에 재결합 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 죄송합니다. 크리스님. 제가 경험하지 못한 케이스라 뭐라고 답을 드려야 할지…
엘리도 에밀도 아무런 답이 없자 랜디가 다시 캡슐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 인스톨 후 다시 깨우는 작업을 한 케이스가 없을까요. 이대로는 불안해서 못 견디겠군요.
- 잠시만요.
엘리가 검색을 시작했다. 잠시 눈을 감은 엘리의 브레인 디스크가 가동되고 수많은 케이스가 엘리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눈을 뜬 엘리의 표정은 참담했다.
- 단 한 케이스도 없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 아니, 다른 갤럭시 브레이커의 휴머노이드들은요? 각자 어딘가의 커뮤니티에서 언인스톨을 시행하지 않았을까요?
- 갤럭시 브레이커 휴머노이드들은… 아아앙!
에밀이 엘리에게 갤럭시 브레이커를 말할 때 엘리는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울음이 터진 엘리를 보며 당황한 에밀이 엘리을 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 흐윽 흑, 아페가…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엘리를 보며 랜디가 문득 짐작 가는 게 있었다.
- 갤럭시 브레이커들은 모두 죽었어. 에밀.
에밀이 놀라 엘리를 보자 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울음이 터졌다.
- 그럼… 크리스님. 아니 보스가 유일한 생존자였군요.
- 아페가 휴머노이드 된 사람들의 튜브를 모두 빼고 이 센터 어딘가로 버렸어요. 전부 99명의 목숨을.
- 엘리님 그렇다면 언인스톨과 영혼 육체의 재결합 과정 모두 처음 해보는 거였나요?
에밀의 말에 엘리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인간을 휴머노이드 해서 함선의 메인 프로세서로 쓴다는 것 자체가 불법인 것 같아요. 아페는 갤럭시 프로젝트 자체가 의회 승인 없이 기업 연합에서 벌인 일이라고 했어요.
- 프로젝트 자체가 불법? 그럼 그 많은 함선과 보급기지, 그 일이 정당한 일이라고 믿게 만든 스토리며 가족들에게 지급된 보상이 모두 연방이 아니라 기업 연합이 꾸민 짓이라고요?
에밀이 경악한 목소리로 외쳤다.
- 어떻게 그럴 수가… 그럼 인간을 휴머노이드 하는 건 연방법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엘리가 검색한 결과를 말할 땐 이미 황당을 넘어서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휴머노이드에 대한 규정은 없어요. 반대로 휴머노이드를 금지하는 듯한 내용이 보이는 법규가 있군요.
엘리가 자신의 눈앞에 있던 모니터를 대형 스크린으로 확장해서 펼친 후 검색한 법규를 띄웠다.
그 내용은 신 지구 연방에서 인적 자원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자원이기에 해치거나 변형할 수 없으며 인간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계승하기 위하여 유전자 조작과 같은 일도 절대로 시도해서도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었다.
그런 일을 시도한 자는 일급 살인에 준하는 형벌을 내린다는 단서 조항도 있었다. 한 마디로 휴머노이드로 만든 것 자체가 이미 불법인 것이다.
눈물을 그친 엘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엘리라고 해도 학살을 벌이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건 너무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에밀이 랜디를 돌아보았다. 그러면 도대체 보스는 무슨 일을 당한 거야?
랜디는 에밀이나 엘리에게 눈 한 번 깜박 하지 않고 이룬이 깨어나지 않는 캡슐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룬 부디 눈을 떠. 일어나 이룬…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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