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가 도끼를 들어 워킹 튜브를 내리쳤다.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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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랜디 그리고
- 안 돼…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재클린이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했다. 랜디는 모선이 있는 쪽을 흘깃 올려다보고 기지의 벽에 걸린 비상용 도끼를 들어 입고 있는 캡슐의 한 부분을 내리쳤다.
- 랜디… 랜디, 랜디…
아무리 튼튼하게 제조된 워킹 캡슐이라도 계속된다면 결국 손상되고 말 것이었다. 튜브가 손상되면 랜디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고 임무도 끝이었다.
랜디, 재클린이 한숨처럼 낮게 랜디를 부르고 랜디에게 연결된 케이블의 리니어 모터를 작동시키며 캡슐 내부에 가스를 주입했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랜디의 고개가 푹 꺼지고 조금씩 착륙선으로 끌려들어 갔다. 재클린에게는 랜디가 끌려가며 생긴 땅에 팬 자국이 가슴에 패인 상처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얼마 후, 캐리어들이 보급물자를 모두 싣자 착륙선이 보급기지를 떠나 모선으로 돌아왔다.
랜디의 헬맷, 캡슐과 튜브가 제거 되고 침대로 옮겨졌다. 재클린은 랜디가 깨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깨어나면 그 후엔 또 어떤 모습을 보일까.
오랜 시간을 보내며 업그레이드를 거듭한 재클린은 랜디의 예민한 신경성 발작에 점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눈에 띄는 날카로운 물건들을 모두 치웠다. 재클린은 구십구 년 동안 함께 하면서 한층 가까워진 한 남자의 깨우기 두려운 깊은 잠을 지켜보았다.
재클린은 타의에 의해 휴머노이드가 되었다. 랜디는 정신과 육신이 보존되어 갤럭시 브레이커 함선 컨트롤 데크에 있지만, 재클린의 몸은 신 지구 연방 어느 커뮤니티에서 동면 중이고 정신이 시스템으로 옮겨졌다는 것.
재클린은 이제 싱크로율 66%의 일급 휴머노이드로 업그레이드가 진행된 상태였다.
뒤늦게 인스톨 되어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존재, 서브 시스템인 이룬과의 힘겨루기도 쉽지 않았다.
이룬은 랜디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서브 체계로 시스템에 인스톨되었다. 원래는 이룬이 인스톨 되고 재클린은 다른 함선이나 보급기지를 운영하는 휴머노이드가 되었으리라.
가족 대신 랜디의 함선에 배정된 재클린은 그래서 이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랜디와 더 많은 교감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룬과 랜디는 사랑으로 묶여있어서인지 이룬의 업그레이드는 재클린조차 놀랍게 빠른 속도를 보였다. 이룬은 싱크로율 65%까지 진행된 상태.
재클린보다 일 년 늦게 시스템에 인스톨 된 것을 생각해볼 때 예측을 뛰어넘은 기적적인 업그레이드였다. 이대로 놔두면 이룬에게 시스템 컨트롤의 권한이 넘어갈 것이다.
즉 메인 컴퓨터의 지위가 바뀌는 것이다.
- 재클린, 랜디가 왜 저러고 있죠?
- 이룬? 랙에서 나왔군요? 랜디는 지금 안정이 필요해요.
- 무슨 일이 있었군요. 왜 나를 걸핏하면 가두는 거죠?
- 이룬, 가두는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위한 배려였어요. 그런데 그 이후 다시 업그레이드가 진행됐군요.
- 이봐요. 재클린. 당신 정말… 아니 아니에요. 그만 두죠. 어서 랜디나 깨워요. 동의 없는 강제수면 모드가 정신적으로 어떤 데미지를 주는지 알면서... 재클린!
- 아... 이룬. 지금으로선,
- 재클린, 랜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에게 말을 해봐요.
- 이룬... 난, 나는…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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