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가 두 사람에게 제안하다.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랜디, 이룬, 그리고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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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가 이룬에게 이야기 하는 모습은 엘리나 에밀, 재클린에게만 감동을 주는 모습은 아니었다. 크리스 역시 무슨 사연이 있어서 저렇게 애절한 느낌일까 생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크리스가 랜디의 모습을 보며 아련한 표정을 짓자 엘리가 다가가 크리스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 어서 가봐. 정말 당신 엄마와 아빠가 저분들이 맞아요. 백 년 대 선배인 내가 보증한다니까?
엘리가 미는 바람에 살짝 한 걸음 내딛게 된 크리스가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랜디의 뒤에 서게 되었다.
- 인사해라. 네 엄마야. 처음 보지?
랜디가 크리스가 뒤에 있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다. 크리스는 엄마라는 말에 한 걸음 더 캡슐로 다가갔다. 거기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그려왔던 엄마의 얼굴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정말 엄마가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분은 왜 깨어나지 않고 이렇게 있나요?
이룬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 사고가 있었고 그 일로 내가 갤럭시 브레이커 파일럿으로 지원했는데 엄마가 나를 따라서 왔단다. 그 과정에서 너를 낳고 시스템에 인스톨 되었는데 동면을 푸는 일이 이제 백 년만인데,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계시네.
그 말에 크리스가 다시 한번 이룬을 보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엄마라고 작은 소리로 불러보았다. 워낙 고요했던 컨트롤 데크에서 비록 작은 소리로 부른 거지만 그 목소리는 모두의 귀에 똑똑하게 들렸다. 그때,
- 스크린을 봐요!
엘리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의 눈이 모니터로 쏠렸다. 그곳에서는 이룬의 바이탈이 들썩이고 있었다. 맥박이 오르고 폐로 드나드는 산소의 양이 증가했다.
- 이룬. 자 눈을 떠봐요. 크리스가 왔어. 이룬.
그리고 크리스라는 말에 이룬이 천천히 눈을 떴다.
- 깨어났어… 엄마란 참 신비하네…
엘리가 중얼거릴 때 크리스가 이룬 앞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 랜디가 이룬이 크리스를 잘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비키고 마침내 백 년의 시간을 넘어 모자가 상봉하는 순간이 연출 되었다.
- 크…크리스…크리스토퍼…
이룬이 손을 내밀어 크리스의 얼굴을 만져보려고 했지만 고정된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크리스가 손을 내밀어 엄마의 손을 만졌다.
- 아…
엘리가 다시 스크린을 보며 탄식했다. 이룬의 바이탈이 다시 안정되기 시작했다.
랜디가 간절히 이룬을 불렀지만 이룬의 눈은 감긴 채 다시 열리지 않았다.
- 어떻게 된 거죠?
재클린이 다가와 에밀에게 말했다. 에밀이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 작은 할머님. 일시적인 동면 해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 맞아. 스스로 가수면 풀었을 때처럼.
랜디가 엘리에게 물었다.
- 엘리, 이 상태라면 현재 이룬은 계속 동면 상태가 유지되는 건가요?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 있게 되나요?
다른 일이라면 그것뿐이지. 엘리가 눈을 감고 기록들을 쭉 검색했다. 참고할 만한 기록이 없었다. 바이탈은 현상 유지가 되고 있으니 혹시라도 잘못될 일은 없을 것이다.
- 아마 이룬님이 스스로 의지를 발휘해 돌아올 때까지 현상 유지가 될 것 같아요. 스크린을 보세요.
엘리가 이룬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전송했다. 대형 스크린에 가득 찬 이룬의 얼굴이 무척 평온해 보였다.
- 이룬님의 저 얼굴은 크리스를 출산하고 나서 고난과 고통이 모두 해소된 것처럼 평온한 그 얼굴과 같아요. 아마도 크리스를 보았기 때문에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해진 거 같은걸요.
엘리가 부연 설명 하고 랜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크리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 너는 엄마와 나 사이에 유일한 아이가 맞다. 엄마는 나를 만나기 전엔 그 누구도 만난 적이 없으니.
-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 아닌가요? 아페님이 저를 대해주신 그 모든 것은 정말 아이에게 해주신 것과 같았어요.
크리스의 고집에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 딱 봐도 아빠구먼 왜 고집이야?
- 아빠가 맞는 것 같아요. 너무 닮았잖아. 두 사람.
잠시 고민하던 엘리가 센터의 시설에 관하여 검색을 하고는 랜디와 크리스에게 제안했다.
-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센터에서 친자 확인 가능한데 해보는 게 어때요?
랜디는 흔쾌히 오케이 했고 크리스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두 사람이 친자 확인 검사를 하기로 했다.
두 개의 캡슐이 컨트롤 데크로 올라왔다. 캡슐의 뚜껑이 열리자 랜디와 크리스가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 연두색 광선이 두 사람의 신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 두 사람의 DNA를 비교하는 영상이 지나가고 잠시 후 마침내 유전자 일치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 거봐! 그럴 줄 알았다니깐!
엘리가 성공! 이라고 외치고 에밀, 재클린이 환호했다. 캡슐에서 나온 두 사람이 머쓱하게 서 있자 엘리가 다가가서 두 사람을 포옹시켰다.
- 뭐 해요? 역사적인, 백 년만의 해후.
랜디가 팔을 열어 크리스를 안았다. 크리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랜디에게 안겨있자 엘리가 크리스의 팔을 들어 랜디를 감싸며 말했다.
- 당신은 두 분의 아이가 틀림없어요. 내 생각에 아마도 아페가 이룬님이 당신을 낳고 나서 나를 동면 시킨 다음 자신과 당신을 동면시킨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크리스가 엘리의 말에 랜디를 안은 팔에 조금 힘을 넣어 같이 끌어안았다. 아페의 부하에게 들은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긴 했지만, 자신이 봐도 랜디는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은 데다가 특히 이룬을 보는 순간, 떨리기 시작한 심장이 그게 진실임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엘리가 친자 확인 검사 전에 생각났던 걸 기억하고 말했다.
- 아페에게 신 지구 연방을 말살하려는 계획이 있어요. 저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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