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나는 크리스토퍼 토레스다.

by 수요일


랜디, 기억, 보급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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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기지 도착 7일 후.


하루 일과 중 일정 시간, 정해진 치료가 끝나고 로봇이 음식물이 담긴 트레이를 앞에 갖다 두었다. 시스템이 오직 파일럿 생명 유지에 맞춰 프로그래밍 된 보급 기지에서 목숨을 구했지만 랜디는 기쁘기보다는 우울감에 빠져 며칠간 침울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비에 손상된 얼굴도 어지간히 치료가 이루어져 눈 밑으로 흐릿한 흉터가 랜디가 겪은 고난을 말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랜디는 추락하고 부딪쳐 상처 입는 과정에서 잃었던 기억이 모두 돌아온 것을 알았다. 자신이 누구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다가 음모에 빠져 죽을 위기에 다다랐는지. 그리고 진과 이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그 소중한 기억들.






크리스토퍼 토레스. 35세.


신 지구 연방의 범우주 최고의 기업 크리토레스의 이사회 의장.


그는 돔 자체를 공중에 부양하는 반물질 시스템을 발명하고 그 개발 특허로 알려진 우주를 통틀어 가장 큰 부자가 되었다.


돔은 공기 정화 오수 처리 교통 등 삶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고 공원 녹지 등 삶의 질을 최대한 높여줄 여러 기반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어 소형 부유 돔을 만들어 원하는 거부들에게 분양,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그는 개발이익을 바탕으로 일반 중력 돔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을 통째로 부유 돔으로 이주시키는 초우주 급 프로젝트를 세우지만, 문제는 이사 중 일부가 계획 자체를 반대하며 사달이 벌어졌다.






거대한 원형 회의실, 각 층별로 마련된 260개의 모니터에 참석자들이 속속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전원 참석 시그널이 켜졌다.


이들은 신 지구 연방의 각 식민지와 교류 행성에서 3~5명 단위로 참여한 투자자들로 우주 최고의 기업, 국가이거나 행성 단위의 종족 혹은 기업과 개인 자격으로 크리토레스에 투자해 오늘 총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 이 프로젝트는 지구인들만이 혜택을 받는 것입니까?

- 아닙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신 지구 연방체의 모든 생명들이 이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을 겁니다.

-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생물은 신 지구로 이주한 인간들에 국한 되는데 그럼 중력에 상관없이 생활하는 타 행성의 거주민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 중력 돔에서 부유 돔으로 이주하는 인간들이 받는 혜택에 준하는 장기적인 개발 계획 통해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의장인 크리스토퍼 토레스가 손을 들어 각종 데이터가 담긴 도형과 차트를 모니터에 전송하자 각 은하 간 통신의 시차를 두고 모니터마다 정책 자료들이 차례로 뜨기 시작했다.


실로 파격적인 세부항목들이 떠오르자 회의장이 파란에 휩싸였다. 종족 단위 혹은 인접 행성의 각 대표가 웅성거리며 의견을 나누거나 혹은 고개를 저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란이 점차 커지자 누군가가 탁자를 손으로 탕 치며 소리쳤다.


- 이건 말도 안 되는 계획이야


그에 맞춰 크리스토퍼 의장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 모든 계획은 호혜·평등이 기준이며 그로 인해 각 행성의 거주민들이 받는 혜택은 명쾌할 것입니다.


신 지구 연방이 이 우주에 정착한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느껴질 만큼 어마어마한 지표들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말,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신 지구 연방에서 최소한 가난 때문에 굶어 죽는 생명체는 없을 것이었다.


국가 단위, 종족 단위의 대표들이 주로 자신의 국민, 혹은 시민이나 각 종족에 대한 대책에 대해 만족하며 위민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신 지구 연방에서 사업을 벌이며 천문학적 부를 쌓고 있는 몇몇 지구인 이사들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거부감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 이게 무슨 혜택이요? 그냥 날로 퍼주기지. 토레스 의장이 연방 대통령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니 그 사전 포석이 아니요? 이익이 남으면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는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게 우리가 크리토레스에 투자한 목적이 아닌가? 나는 이 무모한 계획에 동의할 수 없어요!


크리스토퍼 토레스가 그쪽을 바라보았다. 현 연방 대통령인 아르페스의 재정 참모격인 재정부 장관 아놀드였다.


- 맞아요, 이익이 남으면 그건 주주에게 배당되는 것이 맞지!

- 그래요. 그래야지!


반 크리스 세력 중 수장이랄 수 있는 그가 나서자 지구 연방 소속 몇몇 이사와 기업에서도 반대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 아니, 이 정도 규모면 우리가 모르는 재정 부문이 따로 있는 거 아닌가? 이거면 별 하나가 백 년은 먹고살겠어. 그 막대한 이익을 왜 의장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려고 하지?


아놀드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닌 게 아니라 예산의 규모가 너무나 방대해서 숫자가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부유 돔 하나만 해도 중력 돔에서 한 사람이 50년 이상을 돈을 모아도 안 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중력 벨트에 띄운다는 부유 돔 대신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는 의미의 부유 돔을 쓰는 판인데.


게다가 연방 정부에서도 부유 돔을 시티라고 부르며 시티 우대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4만 단위로 주거하며 생활하는 부유 돔이 첫 5년 동안만 모두 20동이라니… 게다가 중력 돔으로 출퇴근하는 수송선 숫자만 천 대가 넘었는데 그 요금은 운영비보다 턱없이 적었다.


출퇴근이 곤란한 사람을 위한 업무 단지 역시 부유 돔으로 건설해야 하고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입되는 중력 돔만 해도 50개가 넘었다.


그 돔마다 투입되어야 하는 로봇을 모두 합하면 7,700여 기였다. 어찌 보면 정말 무모한 계획.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크리토레스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반물질 부양체가 단지 부유 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력의 영향을 받는 모든 것에 응용이 가능하기에 그 사업성, 환급성은 실로 인간의 머리로는 가늠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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