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의 자식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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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의 자식들
오랜 시간을 우주에 머물러야 했던 탈출 모선도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 자본주의의 망령에 물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재생산 순환 구조를 갖춘 라이프 시스템이라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처음 몇 년은 사망자보다 신생아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시간이 갈수록 처음 예상했던 물자 수급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 저거 누가 배설한 거로 다시 리버스 된 고기일 줄 알고 먹어요?
탈출 모선은 워낙 긴급히 떠난 상태였기에 나라 하나가 들어가도 될 만큼의 거대한 공간이 텅텅 빈 채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농장을 건설할 자재는 3D 프린트 시스템을 통해 얼마든지 공급될 수 있었다.
부자들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리버스 된 식료품을 거부하며 모선의 빈 공간을 임대해 플랜트를 제작하고 그들이 실어 온 동식물의 유전자를 활용해 생물을 기르고 그들만의 농장을 건설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용되어 생물을 관리했는데 그때 이미 모선에 옛 지구의 자본주의 경제 구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생판 모르던 게 아니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라! 라는 주의는 세뇌처럼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개념이라 누구도 그곳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에 큰 거부감에 없었다.
노동력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부자들은 지구에서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생산시설을 독점하며 그곳에서 나는 것들을 고가에 판매도 시작하고 나니 돈은 처음 지구를 탈출할 때 챙겨온 것보다 오히려 불어나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다.
그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무작정 뛰어든 사람들이었다. 죽어가는 지구에서 인간은 약탈과 강도 강간 살인을 일삼으며 세기말적 광기를 폭발시켰다. 그런 현상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흉악한 자들은 자동차 오토바이는 물론 헬리콥터에 제트기까지 탈취하며 그 세력을 하늘 땅 바다로 뻗쳤다.
어차피 다 죽을 거 다 죽을 때까지 다 죽이겠다.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집단의 두목은 길을 가며 보이는 모든 인간을 죽이거나 양다리를 잘라 움직임을 차단하고 웃고 즐기며 길을 떠나기도 했다. 죽지도 못하는 삶의 고통을 떠안은 사람들은 그런데도 기어서라도 이곳으로 오려고 목숨을 걸었다. 바로 이 발표 때문에.
선별 과정을 거쳐 과학자와 생물학자, 의사, 엔지니어와 크루 등의 주요 인력이 뽑혔지만 제한된 인력이었고 그들로 탈출 모선을 채우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거대하게 지은 탈출 모선이 정원을 태우기는커녕 그 1/10도 못 태우고 출발하게 되자 지구 연합은 최종 시한을 정해두고 그 시간까지 도착하는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탑승시키겠다고 온 지구에 발표했다.
거대한 셔틀을 통해 달 뒷면에서 대기 중인 모선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그 모선 크기가 달의 절반이나 될 만큼은 커서 도착한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셔틀을 타고 탈출 모선에 탑승했다.
하지만 지구연합은 전염병이 돌 경우 자칫 인류가 밀폐된 공간에서 전멸할 수 있기에 당시의 의학과 기술을 모두 동원하여 병원체를 제거했다. 그랬다. 말 그대로 제거였다. 제거하다가 실패하거나 영영 가망이 없어 보이면 어느 이름도 모를 우주의 암흑 속으로 배출되어 제거되거나 조금의 가망이라도 보이면 통보 없이 치료 중에도 동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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