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캡슐은 생명줄이자 동시에 하나의 관짝이었다.

by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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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의 자식들


모선의 한 구역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들이 공동묘지라고 부를 정도로 수많은 동면 캡슐이 정연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간 역시 귀한 자원이기에 공동묘지는 삼엄하게 관리 되었다. 정기적으로 담당자들이 수만 개의 캡슐에서 캡슐 주인에게 생긴 질병의 진척이나 증상의 완화와 같은 변화를 체크했다. 그리고 가망이 사라지거나 질병자의 증상이 심해졌을 경우에 캡슐 채로 모선 밖으로 방출되었다. 가족에게 통보 없이 제거된 것이다. 캡슐은 생명줄이었지만 또 하나의 관짝이기도 했다.


가족 중에 부모나 자식이 캡슐에 있다는 걸 아는 인간들은 그 가족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죽은 셈 치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말콤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중 가장 뛰어나 말콤이 다시 태어났다고 할 만한 아이가 캡슐에 들어가 있어 모두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캡슐의 수많은 증상 중 하나인 중력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백여 년간 말콤의 자식들은 모든 지혜를 짜내고 있었다. 그 연구 결과는 아직도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었다.


실상 땅에 발붙이고 살던 사람들이 아무리 거대한 모선의 구조에서 함께 움직이며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억 수천 만 년을 지구의 중력에 맞춰 진행한 인간의 진화는 새로운 중력에 대항하여 신체적 특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2.5세대에 이르러서 변화가 두드러진 인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체형이 왜소해지고 있다는 것, 머리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 등이었는데 아마도 적응력이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이 세대를 거치며 새로운 중력에 맞게 몸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있는 듯했다.


학자 그룹은 이런 변화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된다. 모선의 생활 환경에 맞추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모선을 떠나 어딘지 어떤 상태인지 모를 새로운 정착지로 이주할 경우 이 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정기체크의 어느 날, 한 담당자가 하나의 캡슐에서 이상 반응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스스로 깨어나 캡슐 안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담당자가 곧 팀장에게 보고하고 이 보고는 곧바로 연방의 수뇌부에게까지 올라갔다가 가족에게 통보되었다.


일반 거주 구역 Z 섹션 276S 건물 앞으로 수송선 한 대가 도착했다. 수송선에서 한 남자가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한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 돌아오셨군요!

- 당신은 누구죠?


그가 말하며 그 사람의 뒤쪽을 보자 그곳에서는 몇 사람이 그를 바라보며 존경의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마치 판타지에서나 볼 것 같은 엘프처럼 몸이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작으며 체형 역시 엘프가 화면에서 뛰쳐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앞에 수송선에서 내린 남자에게 말을 건 사람 역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우리는 말콤의 자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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