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해볼 테면 해보시든지

by 수요일


갤럭시 브레이커


크리스토퍼, 아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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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와 권력을 쥐고서도 아직도 부족하단 말인가?


크리스토퍼가 가로수가 정연하게 늘어선 길을 걸으며 길가에 심어진 거대한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은 키가 10m는 되는 것처럼 높이 솟아올랐고 지는 태양에 연 하늘빛 잎을 찰랑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저 나무만 해도 한 그루에 어마어마한 값을 치르고 심었을 것이다.


아놀드가 그를 초청하며 혼자 보자고 한 이유가 뭘 지는 뻔했다. 주주들 중 신 지구 연방 소속인 16명의 주주가 크리스토퍼의 부유 돔 계획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었고, 그 핵심에 아놀드가 있다는 건 분명했다. 다만 그들이 어떤 식으로 훼방을 놓으려고 할지가 걱정일 뿐.


크리스토퍼가 팔을 들어 일정 부위를 누르자 가상 컨트롤 패널이 생겼다. 컨트롤 패널에서 나노봇의 녹화용 캠을 켰다. 머릿속에 나노봇이 녹화를 시작합니다. 라고 음성이 들리고 그의 눈 한쪽으로 빨간 점이 밝아졌다가 스르르 사라졌다.


그의 뒤를 따르던 로봇 가드에게 기다리라고 지시를 내린 크리스가 옛 지구 식으로 장식된 커다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집사가 나와 크리스토퍼를 맞이했다. 긴 회랑 양옆으로 옛 지구의 그림을 복원한 액자가 벽마다 일정하게 걸려있었다. 저건 누군가가 모사를 한 게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의 염료와 화가의 터치까지 살려낸 진짜 같은 가짜였다. 저것들만 모아도 커뮤니티 하나가 평생 먹고살 만하겠지. 응접실로 들어가자 창밖을 보던 아놀드가 돌아서서 그를 맞았다.


- 어서 오시오. 의장님.

- 네, 아놀드 장관님.


간단한 눈인사를 마친 아놀드와 크리스토퍼가 집사가 들고 온 차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 아시겠지만,


아놀드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 크리토레스에 투자한 건 나 개인이 아니고 연방 정부의 자산입니다.


앞뒤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함이리라. 크리스토퍼가 찻잔을 들어 조금 마시며 생각했다. 반은 연방, 반은 당신 개인의 것이지…


- 그래서 연방 정부의 자산을 이윤 창조가 아닌 엉뚱한 계획에 사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 아놀드 장관님. 제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부유 돔 프로젝트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지구인은 신 지구의 중력에 대항하여 매일 매일을 고통받고 있습니다.

- 의장님이 대통령 출마 의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런 포퓰리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하려고 합니까?


- 출마 의사가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각서라도 써드리지요.

-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거야 의장님 자유이지만 크리토레스의 대주주로써 크리토레스의 자산을 마음대로 전용하는 그 계획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 부유 돔에서 생활하는 것은 삶의 질을 끌어 올리고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며 그 수명을 보다 늘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그렇다면 인적 자원 고갈을 해결할 수 있어요. 연방에서는 극히 환영하고 장려할 일이 아닌가요?


아놀드가 두 팔을 들어 올려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 의장님이 보시다시피 나도 부유 돔에서 살고 있지 않아요. 난 이렇게 땅에 발붙이며 살아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부유 돔 프로젝트는 포퓰리즘이 극대화된 터무니 없는 계획일 뿐입니다. 연방 정부의 돈을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 장관님의 가족은 각자가 모두 개인 부유 돔에서 생활하고 있지 않은가요? 아내분과 자식들은 바다 위 별장까지도 부유 돔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 가족은 가족이고 나는 나요. 난 이렇게 땅바닥에서 사는 게 좋답니다. 의장님.

- 이곳은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커뮤니티의 중력 돔보다 거대한 반중력 앤진이 돌아가고 있더군요. 거주민 1만 명이 이 집 한 곳에 설치된 반중력 엔진의 10%에 불과한 출력에 의지하여 살고 있단 말입니다. 이만큼 반중력 엔진을 가동한다면 일반 커뮤니티의 중력 돔들도 살기에 편안한 곳이 될 수 있어요. 땅바닥에서 말입니다.


크리스가 마지막 말에 힘을 주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를 바라보는 아놀드의 얼굴엔 경멸과 조소가 가득했다.


- 차차 해나갈 것입니다. 정책이란 한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에요. 반드시 과정과 절차를 통해 수립하고 확립하고 실행되는 거라고요. 하지만 의장님의 계획은 무모하고 근시안적이며 이루어질 수 없는 계획입니다.

- 그럴 리가요? 크리토레스의 싱크탱크 팀 수준은 연방 정부 기관 이상입니다만?

-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의장님이 과연 크리토레스를 올바르게 이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장관님이 그러시다면 저는 반대하는 나머지 15명의 주주들을 찾아가 하나하나 설득할 것입니다.


아놀드의 얼굴에 비웃음의 표정이 떠올랐다. 해볼 테면 해봐라 하는 여유만만한 얼굴이었다. 크리스토퍼는 더 이야기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다리를 꼬며 의자에 등을 기댄 아놀드가 말했다.


- 해볼 테면 어디 해보시든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러 개의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 당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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