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무게도 길이도 딱 좋은

by 수요일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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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한편 추락하던 크리스토퍼는 울창한 나뭇가지에 부딪치며 속도가 떨어져 길게 자란 풀들이 가득한 바닥에 쿵 떨어졌다.


떨어지며 이미 머리를 심하게 부딪친 후 수면 상태에서 혼수 상태로 바뀌었다. 크리스토퍼의 몸은 마치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엎어져 있었고 길게 자란 풀들이 그런 크리스토퍼를 가려주고 있었다.


아놀드가 전투함 안에서 모니터로 크리스토퍼가 떨어진 지점을 지켜보았다. 전투함 함장이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 했지만 여러 개의 무리가 잡힐 뿐 누가 크리스토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 함장 저기 떨어진 부분을 집중 공격해. 거기 있겠지. 어디 가겠나.


아놀드가 추락지점 쪽을 가리키며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함장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장관님, 이곳은 사파리입니다. 동물이 한 마리라도 죽으면 일이 커집니다. 공격은 어렵습니다.


아놀드가 함장을 노려보자 함장이 말했다.


- 장관님!

- 에잇! 되는 일이 없어! 여기 포식자가 하이에나인가?

- 네 장관님. 하이에나 27마리가 있습니다.


다른 대원이 자료를 찾아 보고했다. 잠시 생각하던 아놀드가 고개를 끄덕이고 복귀하자. 라고 말했다. 전투함이 사라진 사파리엔 일상의 고요가 돌아왔다.


한동안 크리스토퍼는 미동도 없이 쓰러져있었다. 새들이 날아와 여기저기를 콕콕 거려도 반응이 없다가 문득 머리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동시에 하이에나 한 마리가 그를 주시하고 있다가 머리를 들자 한 걸음 물러서서 주춤 그를 살폈다.


크리스토퍼가 해피엔딩을 흉내내기 위해 집사 톰이 먹인 유사 수면제에 취해있던 시간은 네 시간 반.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집사 톰은 다리를 잃는 부상을 입었지만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떨어지며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더니 순간 기억이 전두엽 아래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건. 죽음의 냄새다.


크리스토퍼가 끄응 소리를 내며 곁에 자신이 부러뜨려 같이 떨어진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몸 어디 한 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으로 많은 상처와 상처가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두 다리로 버티고 선 그가 나뭇가지를 몽둥이처럼 휘둘러보았다. 적당히 무겁고 적당히 길어 지팡이로 딱 좋았지만 그보다.


크헝!


크리스토퍼를 살피던 하이에나가 탐색이 끝난 듯 몇 미터는 건너 뛰어올라 그의 목에 이빨을 내밀었다. 지팡이의 무게와 길이를 재던 크리스토퍼가 몽둥이를 휘둘러 하이에나를 물리쳤다. 목을 비틀어 몽둥이를 피한 하이에나가 그의 주위를 빙빙 돌며 공격 찬스를 노렸다.


움직임도 불편했지만 충격이 가시지 않은 눈도 초점이 부정확하여 첫 시도에서 보기 좋게 실패한 크리스토퍼는 두 번째 공격에 대비해 몸을 비틀어 하이에나를 견제했다.


크르르르르르!


목울대에서 이를 가는 것같은 위협음이 크리스토퍼의 움직임에 헛점을 만들었다. 하이에나가 순간 반대편으로 몸을 비틀자 크리스토퍼가 움직여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 움직임은 가뜩이나 중심이 흐트러진 그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너무나 가까이 다가온 하이에나에게 다시 몸을 일으켜 대항하려고 했지만 하이에나가 그를 타넘어 반대쪽으로 뛰자 그 움직임도 균형을 잃는 계기가 되었다.


아…


크리스토퍼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으로 온힘을 기울여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이에나는 그 몽둥이를 목을 낮춰 피한 뒤 반대로 지나간 몽둥이를 주둥이로 잡아챘다. 하이에나의 힘에 몽둥이가 내팽게쳐졌다.


아… 으아아아악!


다시 한번 낮은 탄식을 내쉰 크리스토퍼가 등골을 통과하는 고통에 뼈 끓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하이에나가 그의 허벅지 뼛속 깊이 박힌 이빨 그대로 크리스토퍼를 물어 들고 그 자리를 떠났다. 빈 자리엔 크리스토퍼가 흘린 피가 흥건했지민 바람이 피를 덮고 비가 피에 섞여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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