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고작 7분?

by 수요일


70


다만…


시스템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토레스 전 의장님의 연결 루트였던 엘리자베스라는 연방 요원에게 폭발징후에 대하여 노티스 하였습니다.


랜디의 얼굴이 점차 희망이 번져나갔다. 노티스를 하다니 시스템으로서는 수행이 곤란한 ‘일탈’을 한 것이다.


- 그런데 왜 그 말을 처음에 하지 않은 거지? 무슨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가?


네. 다만 노티스 한 시간이 폭발 시간과의 간격이 짧아서 생사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보고를 미루었던 것입니다.


- 그 과정을 자세히 보고해 봐.


폭파의 징후는 폭파 실행 전 30분 27초에 찾아냈습니다. 다량의 폭발물이 센터 주위에 매설되고 있다는 인공위성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시스템이 정확하게 내용을 브리핑하자 랜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럼 노티스한 시간은?


연방군이 준비한 폭발물을 매설하는 데 걸린 시간이 23분입니다.


- 그럼 고작 7분?


네. 토레스 전 의장님. 7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콘택트 담당자의 능력으로는 어쩌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 충분하다고?


네. 토레스 전 의장님. 제 예측으로는 4개의 솔루션이 있었습니다.


- 4개? 설명해 봐.


첫 번째 옵션은 포기입니다.


- 포기는 옵션이 아니라 결과지.


네. 토레스 전 의장님. 두 번째 옵션은 탈출입니다. 다만 폭파가 진행된 프로세스로 봐서 탈출했더라도 전원이 사살되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 역시나 옵션은 아니지.


세 번째 옵션은 역습입니다. 아시다시피 센터엔 여러 가지 방어 체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다만,


- 그것도 옵션은 안 돼. 시리스. 폭발하면 그만이잖아. 결국 너는 네 번째가 하고 싶은 말이군.


토레스 전 의장님. 이 방법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5674개의 방법의 하나입니다만 저의 네트워크 배리어를 뚫은 인간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예측됩니다.


- 시리스!


네, 제 예측은 예측일 뿐입니다.


- 네 예측으로는 엘리가 네가 연산해낼 수 있는 탈출 방법 중 5674개 중 단 하나의 방법을 연산해서 실행할 수만 있다면 생존할 수도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토레스 전 의장님.


- 그것도 7분 안에… 아놀드…


랜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 *


- 엉엉엉 엉엉엉


마르코가 어린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집사는 그런 마르코를 달랠 생각도 못했다. 다만, 넋을 놓고 주변을 둘러보고만 있었다.


폐허.


말 그대로 22커뮤니티 동면 센터는 자잘하게 부수어진 건물 조각들이 센터가 세상에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전부였다.


태양을 피해 살아남을 별을 찾아 우주를 떠돌던 인간이 신 지구에 발을 디딘 때부터 인간의 생명을 이어주며 장엄하게 빛나던 지상 1,202층, 지하 미상의 초거대 건물이 몇 무더기의 돌조각으로 변한 것이다. 게다가 만이천여 생명들까지 한순간에 소멸하여 버린 것이다.


마르코에게 어머니는 몇백 년 동안을 살아남았던 가족이었다. 그 오랜 가족이 지금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머니뿐이 아니었다.


새로운 생명을 꿈꾸며, 건강한 생명을 바라며, 아픔이 조금이라도 가시기를 바라며 동면에 들어갔단 수만 명의 목숨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허무했다.


이럴 수 있을까. 이래도 되나. 한 인간의 말 한 마디로 수백 년의 목숨이, 그 생명들이 풀꽃처럼 사라져도 되는 것인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말. 인간이 뭐기에. 힘이 뭐기에. 권력이 뭐기에. 눈물이 마른 마르코의 잇새에서 하나의 이름이 씹어뱉을 듯 튀어나왔다.


- 아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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