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생존의 조건

by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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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 어마어마한 폭발로부터 살아남는 단 하나의 방법은 뭐지?


말씀드렸듯이 동면 센터엔 방어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동면 센터 자체의 존재 이유에 의거, 생존을 위한 최소의 기준에 맞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생존을 위한 기준? 최대 기준도 아니고 최소 기준이라고?


그렇습니다. 생존을 위한 최소 기준은 동면 중인 신체에 관련되어 이루어집니다. 동면인 인간이 외부의 타격에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최대 7일의 기한 내에 현시점의 생존 레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그럼 동면 중이 아닌 사람은?


동면 중이 아닌 인간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그 요건이 7일 동안만 생존 유지?


네. 센터의 지하에는 동면 중에 공급되는 필수 약품과 최소 영양 공급을 위한 비상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 동면 중인 자는 최소 7일간은 생명 유지가 된다니 다행이지만 이미 외부에서 물리력이 가해진 상태에서 그 위력은 어떻게 견디나? 1,200여 층에 달하는 건물을 폭파할 정도의 물리력이야. 그 층마다 수천에 달하는 튜브들이 있을 거 아닌가?


실제로 지상에 만들어진 각 층의 용도는 동면 튜브의 어드레스가 아니라 동면 튜브에 공급되는 물자를 비축하는 스토리지입니다. 튜브는 지하에 만들어진 특정 환경에서 보존됩니다.


- 그렇다는 건?


네 토레스 전 의장님. 지상에서 폭파된 것은 물자 저장고입니다. 스크린에서 보시는 것처럼 초거대 건물이 폭파된 것이라기엔 잔해가 많지 않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구호 장비들이 투입되는 시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만, 센터 지하 부분은 저 정도의 물리력으로는 손상되지 않는 강도를 유지한다고 판단됩니다.


- 그럼 만 이천여 동면자는 최소 7일간 생명 유지가 된다는 거네. 하지만 동면자가 아닌 사람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랜디가 문득 폭발의 결과로 잔해가 가득한 센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 동면 튜브?


시스템은 랜디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랜디 또한 답을 바란 게 아니었기에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스크린에 잡히지 않는 한쪽 구석에서 두 명의 사람이 랜디와 마찬가지로 잔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 *


문득 울음을 그친 마르코가 뒤돌아서서 커뮤니티 중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집사가 마르코를 부르려다가 묵묵히 뒤를 따라 걸었다.


센터에서 커뮤니티 중심까지는 5㎞. 아마도 곧 커뮤니티에서 많은 비행정들이 속속 도착하여 상황 파악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예상대로 커뮤니티 쪽이 소란해지는 게 보였다. 군데군데 불이 켜지고 비행정이 날아오르는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역 언론이 잔해가 덮인 센터 전경을 취재하여 방영하는 장면이 스크린 화면에 비치고 있었다. 집사가 그 화면을 바라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연방군이 동원됐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돼. 형. 저들은…

- 연방군은 대부분 전투로봇으로 구성되지. 그 전투로봇을 지휘하는 자 중에 아놀드의 부하가 있어. 그렇지 않다면 연방군이 동면 센터를 폭파하는 걸 그냥 보고 있진 않았겠지.

- 일이 점점 커지네. 연방군까지 아놀드 쪽이라면 우리가 무슨 수로 복수를 하지?


마르코가 집사의 말에 대답할 말을 못 찾고 침묵을 지켰다. 개인 대 연방 싸움이라니 어디 가능이나 한가.


두 사람은 5㎞를 걸어 22커뮤니티의 도심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한 호텔에 들어와 한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무너진 감정을 추슬렀다. 말이 없던 마르코가 입을 열었다.


- 보스가 우릴 찾기를 바라자. 지금은 엘리가 없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구나.

- 우리가 센터에 돌아갔을 거로 생각할 지도 몰라 형. 보스는 우리가 살아있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잖아.

- 그렇군. 보스에게 연락을 전할 방법을 우리가 먼저 찾아보는 게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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