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은 5%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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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작업을 시작합니다.
- 시작해.
시스템에 저장된 모든 순간의 랜디가 다시 현재의 랜디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시스템에게 자신이 지시할 때까지 아놀드가 장악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라는 지시까지 마친 랜디가 다시금 이후의 방향을 생각하느라 말이 없자 시스템도 묵묵히 랜디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 갤럭시 브레이커 프로젝트의 모든 걸 최대한 수집하도록.
알겠습니다.
- 아, 그리고…
네. 의장님.
- 될까?
네. 의장님. 모든 자원을 가동할 수만 있다면 확률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그 확률은?
준비 기간이 길수록 확률이 올라가게 됩니다.
- 최대 기간을 준다면 얼마나 올라가지?
5% 미만입니다.
- 프로젝트 A를 승인한다. 그리고 센터에 모든 지원을 다 해.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희망을 잡는다. 센터엔 내 가족이 있다는 걸 늘 전제하도록.
알겠습니다. 의장님.
시스템의 호칭이 토레스 전 의장님에서 어느새 의장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의 모든 걸 들은 랜디가 크리토레스를 빠져나왔다.
밤이 내린 거리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연방 대통령 후보들의 홍보 영상으로 번쩍거렸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길을 가다가도 누군가의 홍보 스크린 앞에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도 여전했다.
- 이룬… 부디 무사하기만을.
생각에 잠겨 길을 걷던 랜디가 무심코 눈을 들어 바라보니 토레스마스다. 에밀과 함께 레드바인과 커피를 마신 뉴트로 스타일의 카페. 에밀도 엘리도 아직 아무런 콘택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이룬과 크리스 주니어. 가족이 생매장되었는지 아니면 폭발에 희생된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척 오랜 시간이었다. 가족도 일가친척도 하나 없이 혼자 지내온 순간들. 토레스마스의 한 테이블에 앉아 김이 오르는 커피잔을 들고 랜디는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고 있었다. 기억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었다.
동면을 거듭할수록 기억은 사라졌다. 그 앙금처럼 삶의 수면 맨 밑바닥에 흩어져 가라앉는 기억은 깨어있어야 다시 조금씩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이 랜디로서는 태어난 이후 가장 오래 깨어있는 순간이었다. 깨어있을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발명하고 개발하며 모든 역사와 경험과 재능과 아이디어를 불태우듯 써버린 후 다시 잠들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삶은 튜브에서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 깨어있으면서 그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오리진이 누구였는지 조금씩 알 것만 같았다. 풍랑이 일어 바닥이 뒤집히며 가라앉은 것들이 떠오르듯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시스템은 랜디의 모든 것을 간직하며 강화되고 현명해지고 단단해지며 업그레이드되어 왔다. 잠에서 깨어난 랜디가 시스템에 복구를 지시하면 이전에 저장해둔 그 해마다의, 또 때마다의 랜디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잠이 들 때마다 자신을 조금씩 잊고 잃는다는 걸 느낀 어느 날부터 랜디는 그 현재의 자신을 시스템에 기록해두는 방법으로 오리진을 간직하려고 했다. 그 금단의 히든 코드를 푸는 열쇠는 오직 랜디 그 자신이었고.
#장편소설
#갤럭시브레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