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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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북새통이었다.
가족이 동면 중인 사람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어 안위를 걱정하며 울고 불고 혹은 폭발의 원인과 범인을 밝히라며 애먼 연방군을 쥐잡듯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누구도 지금으로선 대답할 게 없었다.
방송사들이 전문가들을 섭외해 취재 경쟁을 벌이면서 구조 현장이 실시간으로 신 지구 연방은 물론 식민지 별까지 생중계 되고 있었다.
누구는 센터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연쇄 폭발을 일으켰을 거라든지 또 누군가는 처음부터 1,200층이라는 초거대 건물을 건설한다는 게 문제였다. 또 누구는 연방 소속 중 원한이 있는 종족의 짓일 거라든가 아니면 아예 미지의 은하 침략군 소행이라고 막말 대잔치를 벌이는 전문가도 있었다.
- 잡혀?
- 아니 아직 아무것도 없어.
집사와 마르코는 건축 도면을 띄워둔 화면을 카피해서 가상 모니터에 띄워놓고 예상 지점을 예측해 집중적으로 파고 있었다. 그 부분은 중앙 컨트롤 센터가 있던 주변 일대였다.
시스템에 의하면 지상에 있던 건물은 모조리 폭파되어 잔해로 바뀌어버렸기에 그 위치가 큰 의미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또 아놀드에게.
마르코가 팔을 뻗어 빙빙 돌렸다. 그에 맞춰 마치 수맥을 찾듯 송신 전파를 잡아채려고 수많은 나노봇들이 거미줄 같은 전파망을 펼쳐 일대를 휩쓸었다.
이 파인더 나노봇은 시스템에 의해 최고의 탐지 성능을 갖도록 업그레이드 된 로봇으로 역시나 랜디에 의해 개발된 비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 형!
팔을 뻗어 파인더의 거미줄 범위를 최대한 넓히려고 애를 쓰던 마르코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집사를 보았다. 집사가 눈짓으로 이제 막 도착하고 있는 거대 비행선을 가리켰다. 그 비행선을 보는 순간 마르코가 파인더 컨트롤 패널을 빼서 집어던지려는 걸 집사가 간신히 받아냈다. 그리고는 튀쳐 나가려는 마르코를 잡아냈다.
- 에이 형 이건 아니지! 응? 정신 차려!
튀어 나가질 못하니 한동안 이만 북북 갈던 마르코가 갑자기 차분해졌다. 집사는 갑자기 더 불안해져 잡고 있는 한쪽 다리를 더 세게 부여잡았다.
- 됐어.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어차피 아무리 피가 터지게 소리 질러봤자 미친 놈밖에 더 되겠니.
- 그니까 말야. 그거지. 내 말이 그거라고.
집사가 손을 놓고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마르코는 집사가 일어나게 손을 잡아주고 함께 소란을 일으킨 주범을 바라보았다. 언론 기자들이 서로 인터뷰를 따려고 달라붙는 바람에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이 느낌은 분명 놈이다.
현장 한쪽에 띄워진 거대한 스킨 스크린에 놈의 얼굴이 나왔다. 놈은 사고를 당한 분께 위로를 전하고 현장 수습을 위해 개인적으로 크리토레스의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말이 되는 게 지금 현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 크리토레스 마크를 가슴에 달고 움직이는 인력과 로봇, 장비들이니 저게 모두 놈이 지시한 것처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외부에서는 아직 그, 바로 아놀드가 크리토레스 의장이기 때문에.
- 안 올 수가 없지. 여기라면 공짜로 전 연방에 홍보를 할 수 있는데.
- 그럼 형. 저 놈은 이런 걸 노리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거야?
- 그럴 것 같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 신 지구 연방 모든 곳에 방송이 되고 기사가 나니까 한 표라도 더 당길라고!
- 다크호스가 등장했다더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기업 연합을 해체하고 민영화 됐던 의료 시스템과 생활에 필요한 기간 시설들을 모두 다시 국유화하겠다는 공약이지.
- 그거 좋네? 근데 그럼 기업 연합 쪽이 가만히 있을까?
- 가만히 안 있겠지.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게다가 난 특히 저놈이 일을 벌일 것 같다.
- 아 청부살인?
- 쉿! 놈이 현장 시찰 하려는 모양이다.
- 형. 저쪽으로!
집사가 마르코를 음영이 진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때 마르코의 수신기로 전파가 잡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삐잇 삐잇 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