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가 두 사람을 몰라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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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마르코가 탐색 나노봇의 시그널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이 기계는 시스템이 지원한 탐색 나노봇이었다. 마르코에겐 익숙하지 않은 컨트롤 패널이라 의도와는 반대로 나노봇들이 시그널이 울린 지점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합체를 했다.
굴착 프로세스를 시작할까요?
합체 형태를 마친 나노봇이 승인을 요청했다. 바로 그 순간,
- 열심히 하고 있군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시 우리 인간의 미덕이 아닐까요?
아놀드가 마르코와 집사에게 다가와 칭찬을 늘어놓았다. 피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잘한 잔해들만 가득한 현장에서 피할 곳은 없었다. 더구나 아놀드를 따라 다니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세 사람을 원샷으로 잡고 있었다.
- 두 분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자원봉사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저는 지금부터 제 1차 부유돔 프로젝트를 실행하겠습니다!
아놀드가 느닷없이 부유돔 프로젝트의 시행을 선언했다. 동시에 신 지구 연방 커뮤니티 곳곳에 설치된 수만 개의 스크린에 이름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놀드가 센터 붕괴 현장에 이목이 집중된 순간을 노려 연방 대통령이 되면 시행하겠다던 부유돔 프로젝트를 마치 당선이라도 된 것처럼 기습적으로 실행한 것이었다.
- 우리 신 지구 연방 시민은 최고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여러분!
아놀드의 말에 모든 신 지구 연방의 구성원들이 환호 했다. 각지에 나가서 현장 중계 하던 언론은 담당 기자를 급파해서 반응을 채집했다. 이런 건은 특히 주목도가 최소 80% 이상이었다.
아놀드가 스크린을 지나가는 수많은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 여기에 이름이 나오는 분들은 신변을 정리하세요. 생활에 필요한 건 다 준비되어 있으니 필수적인 개인물품만 챙겨서 나오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우주 신 연방 별들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순간적으로 아놀드에 의해 자원봉사자가 된 마르코와 집사가 서로를 바라보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릴 못 알아봐? 집사가 마르코에게 입모양으로 묻자 마르코도 고개를 저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아놀드를 보았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일제히 그 뒤를 따라가며 질문공세를 계속 했다.
- 아놀드가 두 사람을 몰라본다고?
토레스마스 카페에서 스크린에 나오는 아놀드를 보며 랜디가 중얼거렸다.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그게 뭘까…
방송국이 떠나고 현장은 다시 바쁘게 구조와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다. 투입된 로봇 수천 기가 튜브로 공급되어야 하는 약품과 식품 라인, 공기 통로를 복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연방과 크리토레스 로고를 단 많은 비행정이 속속 시스템이 준비한 물자를 실어날랐다.
마르코와 집사는 이상한 아놀드 건은 일단 접어두고 엘리와 에밀 등을 구하는 일에 몰두했다.
- 에밀? 들리니? 에밀 대답해!
마르코가 송신기에 대고 소리쳤다. 잠시 연결되었던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다시 먹통이 되고 말았다. 굴착기로 합체한 나노봇이 시그널이 수신된 장소를 중심으로 잔해를 파고 들어갔다. 지상만큼은 아니지만 지하의 깊이도 상당했다. 현재 나노봇 굴착기는 지하 29층 정도의 깊이에 도달한 것이 마르코의 스크린에 보이고 있었다.
- 도대체 몇 층이야. 이거. 형 통신은 아직이야?
- 그래. 시그널은 그냥 자동 송신 된 게 잡힌 거 같아. 에밀이 설정을 해둔 모양이다.
- 어떻게 된 거지?
집사의 말을 흘리며 마르코가 묵묵히 스크린으로 전송되는 영상에서 뭔가 단서를 찾으려고 애썼다. 시스템이 보스에게 대폭발에서 살아남을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뭘까. 송신기는 아직 에밀에게 있을까. 에밀들은 아직 생존해있을까.
* * *
복구와 구조 작업은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다. 방송에서 센터 설계 관련자들이 연이어 출연해서 동면 튜브는 지하에 안전하게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정보를 전하자 많은 동면 가족들이 안도의 환호성을 올렸다. 다만 기한이 일주일이었고 그 안에 튜브의 서포트 라인이 복구 되어야 살 수 있다는 점은 불안을 야기하는 포인트였다. 문제는 도대체 누가 이런 악마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거였다.
- 폭발의 규모로 볼 때 이것은 분명 연방 적대 행성의 짓입니다. 민간인이 이런 엄청난 테러를 저지를 수 없어요. 인간이라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단 말입니다!
센터 대폭발 규명 프로그램에 나온 전 연방군 사령관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앵커가 그러면 그럴 만 한 행성이 어디냐고 질문하자 다른 패널이 그 질문에 앞서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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