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 나무의 아이들이 아니다

꽃잎 한 끼

by 수요일

꽃잎은 나무의 아이들이 아니다


무심코 밟은 꽃잎이
어느 나무 몇 번째 가지의
꽃잎이었는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참 좋겠다.
미안하구나 사흘이라도 사과할 텐데,
나는 도무지 알아보지 못하겠다.

나무는 낱낱을 알까,
떨어져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낯낯마다 가려낼까.
꽃잎은 아마도, 나무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러자면 봄을 밟기란 얼마나 서글프냐.

꽃잎은 어느 나뭇가지의 머리카락이다.
사람나무에서도 봄꽃잎 같은 머리카락이
시간 속에 떨어져 별똥별이 되잖아.
누가 떨어져내리는 나의 하얀 별똥별에
소원을 빈다면 나는 들어줄 수 있을까.

바람은 흔들리며 날아간다.
꽃은 흔들리며 떨어진다.
시간은 흔들리며 늙어간다.
나는 흔들리며 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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