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끼
며칠 열대야처럼 뜨겁더니 비가 내린다. 세상에 가득한 물. 중경삼림 비트박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처럼 끈적거리는 공기 덕에 숨 쉬기가 텁텁한 하루. 캘리포니아는 지금 비가 내릴까.
그 마약쟁이 서양인은 결국 내리는 빗속에서 임청하의 총에 맞아 죽었지.
각얼음이 위스키를 파고 든다. 바텐더라도 있었더라면, 첫사랑을 말했을 것 같은 물속 공기 사이, 첫사랑 대신 그리움이 각얼음처럼 독한 위스키를 파고 든다. 점점 사라지고 말 것들.
첫사랑들은 전부 미술선생이었지. 나는 입을 열어 금붕어처럼 물속 공기에 대고 중얼거린다. 왜 첫사랑들이야? 첫사랑은 하나라서 첫.사랑이잖아. 바텐더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나는 바텐더의 질문에,
이루어지지 않은 건 사랑이 아니니 모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첫사랑이지.
각얼음이 녹는 동안 난 뭘 했을까. 내 시급의 절반 쯤 될 온더락스를 마시고도 나는 아직 멀쩡히 중경삼림을 떠올리고 있다. 위스키가 말갛게 흐려지고 목을 넘어가는 자극이 기다리다 내리는 묽은 비 같다.
각얼음이 그리움처럼 자극적인 위스키를 파고 들어 묽은 비 같은 온더락스를 만든다. 녹아 사라질 것인 그리움은 반갑지 않아. 왜 그리워한다는 말인가. 사라질 것을. 내 시급의 절반이 얼음에 섞여 흐려지고 뒤늦은 비처럼 묽게 사라지는 걸 보면 아깝다. 이젠. 아쉽지 않아. 그러하다.
잊기 위해 빗속을 달리는 금성무의 메이는 임청하보다 십 년은 어릴 것이다. 금성무는 임청하를, 임청하는 금성무를 온더락스의 얼음처럼, 그리워했을까
온더락스의 얼음은 시간 속에 흐려지고 사라진다. 그렇지 않은 것이 있던가. 우정도 사랑도 흐려지고 마는데 얼음 따위가.
다행이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