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우산처럼

비 한 끼

by 수요일

비 그친 오후 우산처럼


사랑이 전부인 사람이 있나
사람의 하루는 생각보다 깊어
그 바닥에 오고 가는 동안
사랑 하나로는 너무 길어

공부 하러 가고 밥 먹으러 가고

화장실도 가고 때때로 짧은 꿈도 꾸지
일 받고 지시 받고 전화도 받고

때때로 깨지기도 하지


그 많은 하루 사이

틈틈이 기억되는 것만으로
우리는 안 행복한가

마음속으로 이어져만 있다면,
잊지만 않는다면 잃지는 않아
그건 무의식의 의식에 사는
개 같은 거지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럴 거야 하는 말 없는 말
그렇지 하는 약속 없는 약속

잊힐 때까지는 잃지 않고
잇는 동안은 그대로 있어
사랑은 말야. 공기처럼,


없을 때 비로소 있는 걸 안다는 거야
비 그친 오후의 우산을
반드시 챙기는 마음 같은 것

생활의 전부이든 생활의 일부이든
그동안은 잊거나 그래서 잃거나
그 사이에 잇거나 그래서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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