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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IGE Jul 06. 2018

장인성 [마케터의 일]

마케팅 전략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기 전 상사에게 받았다는 책 한 권. 정작 그는 읽지 않고 내가 읽게 됐지만 마케터들이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요령이 아니라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는 「생각의 기쁨」이 많이 떠올랐던 《마케터의 일》
 
경험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맙시다. 돈 쓴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느끼고 경험을 쌓읍시다. 마케터의 소비는 투자와 같습니다. 좋은 소비는 경험자산으로 남습니다. 경험자산은 일하는 데 밑천이 됩니다. 좋은 토양을 만드는 것과 같아요. 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놓으면 어떤 씨가 들어와도 튼튼한 싹을 틔어낼 수 있습니다. (_30)
 
 집에 있길래 무심코 든 책인데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을 당시 펀딩을 시작한 시점과 맞물렸다. 내가 잘 시작했구나 당당했으면 좋으련만 《마케터의 일》을 읽어나갈수록 나의 부족함에 속만 끙끙 앓았다. 
 
 나야 물론, 내 제품이고 내 새끼니 양말 하나하나 얼마나 기특하고 예쁠까.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고 왜 사람들이 내 양말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부족했다. 아무리 페르소나를 ‘나’로 정했다 한들 소비자들의 지갑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인데 말이지. 심지어 그 페르소나인 ‘나’ 역시도 똑같고- 
 
 부끄럽게도 이 허점을 나만 안 것은 아니다. 마케터인 그가 내게 물었을 때도 후원양말이라는 것 이후에는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들이 펀딩을 시작하니 바로 수면위로 올라왔다.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기 전에 마케터들에게 묻는 ‘왜’라는 질문에, 그 대답도 못하면서 어떻게 ‘컨셉’을 명확히 잡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 되묻던 나의 졸렬함에 낯이 민망스러워졌다. 
 
 역시 많이 배우면 고개를 숙인다는데 나는 아직 멀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한 번 팔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누가 사는지 보는 거예요. 관찰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상품을 사고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합니다.
 두 사람 이상이 되면 반드시 그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 텐데요, 수많은 공통점 중에 의미 있는 조건을 골라내야 합니다. (_75)

 
 잘 모르니 일단 팔았다. 팔아야 후원을 할 수 있으니 내게 여지가 없었다. 나의 졸렬함에 기함을 토했지만 그래도 시작했으니 해야 했다. ‘왜 네 것을 사야 해?’라는 내가 수없이 던졌던 질문을 내가 맞아가며 꿋꿋하게 버텼다. 해보니 더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물어야겠구나 스스로 다짐하며 애썼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이번에 부족한 것을 딛고 일어서고 다음 번에 부족한 것을 딛고 일어나야지. 반려견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입양이 장려되어 펫샵이 사라지기를 간곡히 바라며 좀더 뻔뻔하게 구걸도 하고 응원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천원만이라도 밀어달라고 우겨도 보고 그렇게 단단해져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자.
 


 생각을 제한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당연하다’는 표현은 이야기의 진행을 막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다’로,
 ‘당연하다’는 ‘다른 대안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_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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