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변하지 않는 나를 찾는 편지
https://youtu.be/CyT4KjintZY?si=KIi4bbL6Nn9qSzRS
1991년의 어느 날, 유독 나의 마음을 저릿하게 울리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앳된 소년이었지만, 마음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제게 형처럼 다가온 가수가 바로 故 신해철, '마왕'이었습니다. 그의 여러 노래를 즐겨 들었지만, 그중에서도 '나에게 쓰는 편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신해철이라는 형이 바로 제 곁에서 저에게만 해주는 이야기 같았고, 저는 그 노래를 들으며 혼자 펑펑 울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와 노랫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특히 이 구절은 불안하고 위태롭던 제 마음을 정통으로 자극했습니다. '그래, 나는 아직 내 길이 두려워'라고 속으로 되뇌면서도, '이젠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이 노래를 듣거나 우연히 흥얼거릴 때면, 울컥하고 감정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시간은 흘러 2014년 10월 27일. 믿을 수 없는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거짓말처럼 제 귀에는 바로 이 노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소년이었던 저를 위로해 주던 그 목소리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1주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이곳에 없지만, 그의 음악은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영원히 불릴 것입니다. 1991년의 소년에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편지가 되어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