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약] 출근하기 싫어 가슴이 답답할 때

출근하기 싫어증에 대한 쓴 약 처방

by 유블리안


월요일 오전, 조금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약국이 있습니다.


회사 근처 골목 끝,

출근길 모퉁이에 조용히 불을 켜는 마음약국입니다.


하얀 가운 대신 편한 니트를 걸친 약사는

오늘도 말보다 숨을 먼저 고릅니다.


이곳에서 다루는 병은

몸이 아니라, 출근을 앞둔 마음의 병입니다.


오늘 꺼내는 첫 번째 증상은 이렇습니다.


[휴무 다음날 출근 하기 싫어증]


이 증상은 대체로 휴무 마지막 날 오후부터

슬금슬금 시작됩니다.

시계가 괜히 빨라 보이고,

저녁 공기는 유난히 쓸쓸해집니다.


“하…… 벌써?”


라는 말이

혼잣말처럼 새어 나옵니다.


특별히 일이 싫다기보다는,

다시 ‘일하는 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먼저 무겁게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걸 게으름이라고 부르지만,

약국 기록에는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충분히 쉬었다는 착각 뒤에 찾아오는 정상 반응]


이 증상의 까다로운 점은

의외로 성실한 사람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는 겁니다.


쉬는 동안에도 다음 주를 미리 걱정하고,

메일함을 열어볼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고,

사내 메신저를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누가 질문을 던지면

집에서도 바로 답장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래도 내일을 위해”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몸은 쉬어도 마음은 온갖 걱정으로 잠을 설칩니다.


몸은 휴무였는데

마음은 이미 출근 중이었던 분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립니다.




마음약국의 첫 처방은

강하지 않습니다.

해열제처럼 단번에 낫게 하는 약도 아닙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조금은 씁쓸한 약을 하나 처방합니다.

그 약의 이름은 바로,


‘만약’입니다.



“만약 내가 출근 안 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휴무 때 개인 메신저를 안 보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무 일도 없이 잘 돌아갑니다.


"내 능력을 무시하는 거야?"라고 서운해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분들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은 백업이 잘 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쉬고 있는 동안 발생한 문제점은

출근 후에 처리해도 충분히 수습할 수 있을 그 정도의 업무를 부여합니다.


그러니, ‘만약’을 복용하고

“별일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 약을 드시면

회사 일은 회사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마음은 온전히 쉬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내가 없으면 이 회사는 안 돼.”


이 생각에서 조금만 벗어나셔도 됩니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것이 절대 아닙니다.


대신 근무할 때는 최대한 집중하고

기한을 지켜야 하는 업무는 최대한 끝내놔야겠죠.


​"내가 할 일은 다 했어. 그러니까 지금 연락하지 마."


라고 속으로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자격,
그건 치열했던 근무 시간이 만들어주는 겁니다.


결국 내가 충분히 잘 쉬어야 그다음 출근에서도

개운한 상태로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공장이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면

부품 마모가 빨라져 결국 교체가 필요해지듯,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휴무 때까지 일을 붙잡고 있으면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회사에 출근해 있는 상태.


그건 휴무가 아니라

재택근무입니다.




약사 생활 27년째인 저는 어땠냐고요.

27년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처방하다가 실수도 많이 했고,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습니다.


지금은요?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겁나는 것도 많습니다.


다만,

그동안 쌓인 나름의 노하우로

이렇게 여러분들께 마음 처방을 건네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의 처방전 한 줄

잘 쉬는 것이 일을 잘하는 방법입니다. 피곤한 마음은 오늘만큼은 충분히 쉬셔도 됩니다.
내일은… 내일 생각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유블리안 마음약사의 첫 번째 처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약을 드시고

부디 잘 쉬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공감 가고,

조금 더 정확한 처방전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오늘의 약값은

' ♡ ' 하나면 충분합니다. 두 개는 안됩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혹시나 다른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댓글로 남겨 주시면 최적의 약을 찾아서 처방해 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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