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주사제] 실수 후유증 (feat. 이불킥)

실수한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고 자책감이 들 때

by 유블리안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발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눈동자는 갈 곳을 잃어 바닥만 보고 계시네요. 잘 오셨습니다.

약값은 '♡' 하나면 충분합니다.


두 번째 방문 손님 증상은 이렇습니다.


​[실수 후유증 (feat. 이불킥)]


​이 증상은 보통 '전송' 버튼을 누른 직후나,
상사의 호출을 받은 순간 급격히 찾아옵니다.


​첨부파일을 빠뜨렸거나,
참조에 넣지 말아야 할 사람을 넣었거나,
엑셀 수식 하나가 틀려서 전체 결과가 꼬였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고
심장이 발밑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


​"아, 망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사무실의 모든 소음 틈에서 이런 환청까지 들립니다.


​"야! 너 때문에 사무실 분위기 망쳤잖아. 어떻게 할 거야?"


​퇴근 후에도 증상은 계속됩니다.
침대에 누우면 아까 그 상황이
고화질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 재생되죠.


​"난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덤벙댈까?"


​실수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실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삼켜버리는
'자책의 늪'입니다.
​물론 저도 실수 많이 합니다.


제 예전 브런치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Https://brunch.co.kr/@yuvelyan/58


저 또한 엄청난 실수를 고백한 적이 있었죠.


​신입 때는 실수 하나 하면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고,

지금은 "이 연차에 이런 실수를?"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여전히 식은땀을 흘립니다.


​하지만 27년을 버티며 깨달은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실수하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실수는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부산물일 뿐입니다.


그러니 실수한 여러분은 역설적으로 '열심히 일한 사람'인 것입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의 실수를 수습하고, 노하우와 역량을 발휘해 바로잡으라고 존재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팀이 있고, 팀장이 있는 겁니다.



오늘의 처방전


다친 자존감을 위한 진통주사제, 이름하여 [두 번은 없제]입니다.

​이 약은 조금 따끔하지만, 효과는 확실합니다.

딱 세 대만 놔드릴게요.



한 대, '자책'할 시간에 '수습'을 하세요.


​엎질러진 물을 보며 울고 있어도 물은 다시 담기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주위 사람들은 울고 있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기보다 한심하게 봅니다.

​가장 프로다운 태도는 실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가장 깔끔하게 수습하는 것입니다.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제가 놓쳤습니다. 바로 수정해서 다시 보내겠습니다."

라고 빠르게 인정하고 움직이세요.


​빛의 속도로 수습하는 당신의 모습이

오히려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됩니다.



두 대, '일'과 '나'를 분리하세요.


​보고서가 엉망인 것이지,

당신이라는 사람이 엉망인 게 아닙니다.

​당신은 지난 수많은 업무를 훌륭히 해냈고,

오늘 딱 한번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한 번의 실수가 당신의 지난 성실함을 모두 지울 순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너는 무능해"라는 낙인을 찍지 마세요.


​사실 주위 사람들도 실수를 밥 먹듯이 하고,

팀장도 가끔 의사결정을 잘못하는 실수를 합니다. (티를 안 낼 뿐이죠.)



​셋째, 오늘 밤까지만 괴로워하세요.


​반성은 필요하지만,

자학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의 실수를 오답 노트 삼아 딱 한 줄의 교훈만 남기고,


나머지 감정의 찌꺼기는

샤워기 물줄기와 눈물을 함께 하수구로 흘려보내세요.


​내일의 당신은

오늘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겁니다.


​오늘의 처방전 한 줄

​"실수는 한 번의 '이벤트'일뿐, 당신의 '정체성'이 아닙니다."


​툭툭 털고 일어나세요.

당신은 실수 하나로 무너질 만큼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유블리안 약사의 두 번째 처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진통제 세 대를 맞으시고

오늘은 웃으면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