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어떻게 글을 준비하고 퇴고하는가

300번째 글을 쓰며

by 유블리안

이 글이 브런치에 올리는 300번째 글입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 숫자를 상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를 그냥 흘러 보내기 아쉬워 몇 줄의 생각을 남겨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짧게 쓰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생각보다 길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쌓인 글이 어느 순간 300번째 글에 도착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특별한 글쓰기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글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생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 그리고 글을 다 쓴 뒤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는 습관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글을 쓸 때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어떤 방식으로 퇴고를 하는지 조금 솔직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대단한 방법은 아닙니다. 300개의 글을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저만의 방식일 뿐입니다.



글의 시작은 질문에서


저는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질문 하나를 떠올립니다. 거창한 질문이 아닙니다. 대개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이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면 어떨까? 이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눠도 괜찮을까? 등등…


글의 시작은 대부분 이런 작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도 처음에는 이런 질문이었습니다.


“내 글을 정말 책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여러 글로 이어졌고 결국 「원고에서 파일까지」라는 시리즈로 이어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글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질문 하나가 생기고 그 질문을 따라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의 방향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시작할 때 먼저 한 문장을 적어 봅니다. 이 글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그 한 문장이 정해지면 글의 흐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제가 분명해지면 그다음부터는 생각을 이어가는 일이 조금 수월 해집니다. 결국 글을 쓰는 일은 정답을 적는 작업이라 하기보다 질문을 따라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뼈대를 만드는 방법


저는 처음부터 문장을 길게 쓰기보다는 먼저 글의 구조를 나누는 편입니다. 보통 글을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로 나누고 본론은 두세 개 정도의 주제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각 부분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간단한 한 줄 메모를 적어 둡니다.


예를 들어 서론에는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첫 번째 본론에는 핵심 이야기를, 두 번째 본론에는 조금 더 확장된 생각을, 마지막 결론에는 글을 정리하는 문장을 미리 생각해 두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큰 틀을 먼저 잡아 두면 글을 쓰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한 줄 한 줄 생각을 적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단이 만들어지고 그 문단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처럼 글을 이루기 시작합니다. 보통 한 챕터에는 세 개에서 네 개 정도의 문단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메모처럼 시작하지만 그 작은 문장들이 모이면서 결국 하나의 글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 문장을 먼저 완성하려 하기보다는 먼저 글의 뼈대를 세우는 일부터 시작하는 편입니다.



퇴고와 두괄식 글쓰기


저는 글을 쓸 때 가능하면 하고 싶은 말을 맨 첫 문장에 먼저 적는 편입니다. 이른바 두괄식이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글의 핵심이 되는 문장을 먼저 쓰고 그다음에 그 생각을 풀어 설명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글의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고 독자도 글의 의도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의 뼈대를 잡고 문단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그다음 단계는 퇴고입니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해도 막상 다시 읽어 보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다 쓴 뒤 한 번 더 읽는 시간을 따로 두는 편입니다.


이때는 눈으로만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어 보거나 TTS 기능을 이용해 글을 들어 보기도 합니다. 눈으로 읽을 때와 귀로 들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차이가 있습니다. 귀로 들으면 문장의 리듬이 어색한 부분이나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 더 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은 독자에게도 어렵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고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될 때까지 여러 번 퇴고를 반복하는 편입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어쩌면 이 퇴고의 시간이 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계속 쓰게 만든 습관


브런치 300개의 글, 그리고 블로그에 쓴 400여 개의 글까지. 약 1년 동안 700개가 넘는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글쓰기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라고 하기보다 그저 꾸준히 쓰다 보니 글이 쌓였고 그 글들이 어느 순간 숫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글을 쓰면서 하나 더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AI를 편집장처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본문 전체를 넣으면 소리 내어 읽어 주는 AI도 있고, 어색한 문장을 짚어 주거나 수정하면 좋을 부분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맞춤법 검사도 요청하면 해주니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편집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를 어디까지 활용하느냐입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글 전체를 맡겨 버리면 오히려 글의 중심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참고 자료를 찾거나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는 AI가 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오류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분명히 틀린 정보인 데도 자연스럽게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 부분은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글의 신뢰가 그 한 문장 때문에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글의 몸통과 생각은 사람이 만들어야 하고,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오타 수정 같은 부분은 AI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 글을 시작하는 분들은 AI를 활용해 글의 기본 구조를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시 스스로 글을 써 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글은 누군가 대신 써 주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써 보면서 조금씩 자신의 문장과 글 투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결국 많은 글을 쓴 비결은 그저 한 편씩 꾸준히 써오는 습관뿐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습관이 앞으로의 글도 계속 이어지게 만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