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화상
나는 죄가 많다.
누군가를 함부로 사랑하고, 누군가를 함부로 증오했다. 감정의 선이 뒤틀리니 행동에도 실수가 많았고 내가 받는 상처가 싫어서 침묵의 시간으로 외면했다. 인정하기 싫은 것들은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고, 나 좋은 것만 보며 살고 싶었던 이기적인 시간들이었다. 남몰래 상대방을 시기하고, 미워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기를 바랐던 불건전한 모습이 그 누구의 모습이 아닌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죄가 많다.
알량한 목소리로 내뱉은 위로의 말은 내가 듣기 좋은 말들이었고,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모든 것들에 날 세워 공격하기 바빴다. 허울 좋은 직업을 방패 삼아 고상한 태도를 뽐냈으며, 그것이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르는 무지의 존재였다. 차라리 누가 날 한 대 퍽하고 때렸으면 조금이라도 눈치챘을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국은 모두 나를 떠난다고, 그래서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그런 뾰족한 내 마음을 누그러뜨려준 사람은 나의 답변을 듣고 있던 누군가였는데, 그 사람 역시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리고 나는 또 멀리멀리 도망을 간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모양으로.
누군가는 알아줄까?
그때에 작은 마음들을 받아낸 것은 나의 큰 용기였다고. 나도 사실은 굉장히 무서웠다고. 내가 지은 죄를 내가 잘 알아서, 내 그릇의 크기를 너무 쉽게 가늠할 수 있어서, 나 또한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나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정작 들어줄 사람도, 들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 나를 보여줄 수 있다면 보여주고 싶다. 나는 이렇게 정확하게 죗값을 받고 있다고. 나의 죄의 무게에 짓눌린 내 모습이 궁금했다면 이제 봐도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