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거대한 기계와 대면했다. 레버를 당기라고 했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가 많음을 감사하라'는 책을 받았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SNS는 한 끼에 50만 원 하는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가로 시끄럽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엄마가 잘 먹고 다니라며 김치와 곰국을 보내주었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귀하의 역량은 뛰어나나 아쉽게도……'
나는 레버를 당겼다. 아는 사람이 청첩장을 보내왔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휴대전화는 조용하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나는 레버를 당겼다. 코피가 났다.
나는 레버를 당기지 못했다.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온몸을 긁어모아 소주 1병을 샀다.
7걸음은 비틀거려도 3걸음은 온전히 걸어야만 했다.
오늘도 도둑처럼 온기 없는 남의 아가리에 침범한다.
오늘이 마지막 침범이다. 더없는 기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