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무엇인가

essay16

by 유연

친구란 무엇인가.

한때는 나도 보지 못하는 나의 잘못을 따끔하게 깨우쳐 주는 이를 참 친구로 여겼다. 지금도 그런 친구라면 기꺼이 곁에 둘 의향이 있다. 세월이 흐르니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이가 더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되, 아닌 것에는 과차없이 충고를 해줄 만한 이. 그런 이를 갖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모든 이가 그럴 수도 반대로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루가 멀다하고 거의 매일 보던 친구가 각자의 먹고사는 삶으로 인해 저만치 멀어졌다.

일상을 공유하던 관계가 무얼 하고 사는지조차 모르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딱히 불편해져야 했던 나쁜 기억이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연스레 보지 않다 보니 1년, 2년이 갔고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버렸다.

간간히 나누던 문자 대화마저도 끊겨 버린 이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 일이 생겼다.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마자 몇번 신호음이 가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전화를 받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상대에게 크게 웃음으로 답했다.

잘 지내냐는 말이 절로 나왔고, 용건은 까마득히 잊고 살아온, 살아가는 얘기로 통화를 가득채웠다.

한참을 통화하다가 언제 한번 보자는 말로 마무리를 했는데,

끊고 나서 보니 정작 할 얘기를 하지 못했다.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받질 않았고 문자를 남겼다. '누구를 한번 만날 수 없겠냐'고 했고,

그제서야 내 용건을 알아차린 친구는 '그럼 그렇지' 하는 답을 보내왔다.


그럼 그렇지에는 많은 말들이 담겨 있었다. 마치 연락을 하지 않은 측은 나요,

그 연락을 하지 않은 배경에는 '필요'라는 개념이 녹아 있었다는 상대의 서운함이 읽혔다.

내가 그러했나.. 잠시 멍해졌다.


관계는 상대적이다.

아무리 잘 대해도 상대가 그리 느끼지 않는다면, 그걸로 관계는 규정된다.

완벽하게 일방적인 관계가 없듯이 완벽히 내가 갖는 상대에 대한 감정이 상대도 똑같이 느끼는

그런 관계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난 그닥 수다를 위한 연락은 즐기지 않는다.

물론 몇시간씩 밤을 세워 통화를 하거나 수시간씩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지만, 상대가 주로 이끌어가는 상황이었지 내 자신이 주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즐기는 스타일이 못된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중일 경우 십중팔구 엄마가 아는 지인과 통화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걸 잘 알면서도 연로하신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어렵사리 통화가 되면 바로 나는 화를 낸다.

"도대체 어디다 그렇게 전화야?!"

알면서도, 익숙한 일임에도 나는 엄마가 그런 사람이라는 점은 잊고 나의 기준대로 생각해 화를 내곤 한다.


친구도 혹시 내가 거는 기대가 있었던가.

그렇다면 나 역시도 상대에게 나처럼 여기길 바랬었나.


상대는 용건없이도 전화로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바랬는데

나는 그런 통화는 좋아하지 않으므로, 상대가 충분히 나를 이해할거라고 생각했었나.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문자를 보낸다.

"미안해. 자주 연락하지 못해서. 알잖니. 나 연락 안하고 사는거. 미안해."


한참 뒤, 친구는 각종 이모티콘을 종합해 내게 말한다.

"내 잘 알지. 자주 연락 안해도 좋으니 가끔 아주 가끔 문자로라도 안부나 전하며 살자."


그 끝에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이의 연락처와 함께

날짜 몇개와 차 한잔 마실 시간대를 적어 내게 택일해보라고 권하는 문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여전히 섬세한 친구에게 이제는 내가 섬세해질 차례라고 문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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