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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Sep 03.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다

앞서 가는 이의 뒤꽁무니만 보고 왔건만,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넘어질 줄 몰랐다.


이렇게 허무한 데 걸려 나자빠지는 건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는커녕

상상에서 조차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늘 내가 마주한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나도 한 때는

넘어진 자를 스쳐지난 적이 있었다.

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나를 안도하고 위안받은 적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넘어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해 바닥에 붙어 있는데,

누군가는 나를 스쳐 지나간다.

언젠가 누군가를 보며 내가 그러했듯.


내 머리 위를 지나는 이는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도 같고

넘어진 게 나라서 다행이라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서 시선을 거둔 누군가

 갈 길을 재촉하며 내게서 멀어진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내가 주저앉은 동안 여럿이 나를 추월해 지나갔다.

내가 이전에 누군가에게 그러하였듯.



분명히 한 때는 내가 그보다 앞이었는데

이젠 역전을 기대하기 힘들 만큼 격차가 벌어져버렸다.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도 어쩐지 힘이 빠진다.


주저앉아 울었다.

화가  나 소리도 질러봤다.

음부터 나보다 앞에 있는 이들이 있었지 않냐!

그마저도 억울하고 분하다.

넘어져 추월당한 나의 아둔함에 악이 받힌다.

그러는 동안 멈춘 나와는 달리 시간은 계속 가고 있다.

누군가는 또 나를 지나쳐간다.


언제까지나 그들의 위안이 되고 싶지 않다.

나의 불행을 안도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차피 안될 것 같단 생각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포기부터 하려는 유약한 내 마음이 좀처럼 다잡아 지지 않는다.



그저 내가 넘어졌단 사실이 어이가 없고 분하다.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어렵고,

바닥을 딛고 일어나기는 더 어렵다.




그만하고 싶다.

그만해도 되지 않나?

그만할까?


지금 일어나 봤자 나는 루저 일 텐데.

안된다 늦었다 하며 주저앉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그런데 나는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 완전한 포기도 하지 못한다.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니

내 앞에도 내 뒤에도 내 옆에도

나처럼 주저앉은 사람들이 있다.


넘어진 모습, 상처의 정도도 제각각이다.

내가 넘어져보니

넘어진 그들을 보며 더 이상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는 나처럼 주저앉았고 누군가는 다시금 벌떡 일어난다.


그래, 누구나! 누구든! 넘어질 수 있구나.

중요한 것은 이미 넘어진 후에는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리라.




이미 결론이 난 승부는 빠르게 포기해야 함을 알면서도,

루저가 될지언정 낙오자는 되기 싫다.


주저앉은 나를 독인다.

괜찮아!

넘어질 수도 있지!

그렇지만 다시 일어나 달려야 해!


속도보다 완주에 의의를 두자.



그렇게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며 

풀려버린 다리에 힘을 줘본다.

상처투성이가 된 다리의 고통이 이제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앞서거니 뒷서거니는 중요치 않다.

내 의지로 완주를 하냐 못하냐,

내 선택은 패배냐 낙오냐.

그것만이 중요하다.




나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지 않은가.



배밀이를 하든 기어서든 걸어서든 달려서든 지팡이를 짚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가자.


그래, 가보자! 끝까지!

꼴찌면 어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결국 완주했는데!








소중한 걸 내어주고

잡힌 행복을 잃고

사랑에 버려지느라

너덜너덜 상처투성이가 된 인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멈추지 않는다.


살아가는 것, 살아내는 것

그 방법이 어떠할지라도 결국은 모두 삶이다.


나는 내 삶의 완주를 위해 나를 응원하며 끝까지 달릴 것이다.

사실 삶이란 마라톤은 경쟁이 아니다.

완주가 목표인 각각의 레이스이고 끝까지 사는 한 나는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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