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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Sep 14. 2023

먹태깡이 뭐라고

시간 지나면 유행템도 흔해지나 봅니다.

구하기 어렵다던 먹태깡을 한 번 손에 쥐기 시작하니 슬금 슬금 잊을만하면 내게 온다.

역시 뭐든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핫템도 결국엔 이렇게 내 손에 들어오는 걸 보니 말이다.


나는 삼 세번, 이제는 그만해도 되겠다 싶을만큼 먹태깡을 먹어봤다.


카카오 덕분에 첫 구매한 먹태깡 두 봉지.

그 후 우연치 않게 선물로 받은 먹태깡 한 봉지.

마지막으로 티몬에서 다른 봉지 과자에 섞여 온 먹태깡 두 봉지.


총 세 번의 먹태깡을 겟(get)하면서 부산에 있는 남동생에게 

먹태깡 넌 먹어봤냐? 하며 으스댔고 동생은 아직 먹지 못했노라 대답했다.

아직도 안 먹어봤냐 쯧쯧 하며 하얀 짜파게티와 함께 먹태깡 한 봉지를 소포로 보냈다.

나눔도 받아봤고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이제 흔해 빠진 먹태깡이 되었다.



그 먹태깡 그게 뭐라고 이 난리였나 싶을 정도로 허무하게도 말이다.

맛부터 결론을 내리자면 구하기 힘들다던 핫템이자 희귀템이었던 그노무 먹태깡, 

내 입엔 그저 그런 봉지 과자일 뿐이었다.

(내 입맛이나 니 입맛이나 비슷했던지, 내 동생도 잘 받았다는 말은 있던데 맛있다는 말은 없었다.)



처음 먹을 땐 나름 나도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준비를 했다.

그 언젠가 "짝태앤노가리"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처음 먹태를 먹었듯이

마요네즈에 간장을 두르고 청양고추까지 썰어서 올린 소스를 준비했다.



두근 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봉지를 개봉했다.

역시나 봉지 과자 특성 상 봉지 안에는 그리 많지 않은 양이 들어있어 참으로 아쉬웠다.

힘들게 구하게 된 만큼 꽉꽉 채워져있다면 얼마나 좋아.

괜시리 혼자 궁시렁 거려도 봤다.

"에게~ 뭐야, 한 입 거리네!"



집에 아무도 없고 혼자 먹는 거라 맛만 보자 싶어 접시에 조금만 덜었다.

(물론 처음엔 맛만보고 남은 건 아이에게 줄 생각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 한 봉지를 결국 내가 다 먹었다.

한봉지를 다 먹을만큼은 맛이 괜찮았던 거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교하고 올 때까지  놔두면 눅눅해질까봐 먹은 이유도 없잖아 있다.

무엇보다 내겐 한 봉지의 먹태깡이 더 있으니!)


첫 입은 그냥 먹태깡 과자 그대로로 먹어봤다.

음.. 그 맛은.

그냥 새우깡 같은 과자인데 황태향이 나는 정도? 

그리고 끝 맛에서 살짝 매콤함이 느껴진다 - 나는 맵찌리라서 영 맵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술안주로 마트에서 파는 먹태를 좋아하지만 

사실 먹태보다는 같이 들어있는 양념 때문에 먹태를 먹는 경우가 많은 사람이다.

마요네즈 섞인 고추장도 아닌 그 붉은 양념이 완벽히 내 취향이다.


엄마가 부산에서 잘 보내주시는 황태는 다시용으로 자주 쓴다.

하지만 나는 원래부터 황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황태맛이 나는 먹태깡의 맛에는 별 감흥이 없다.




이번엔 청양고추를 곁들인 마요간장소스에 찍어먹어봤다.

생각보다 짠맛의 과자이기에 간장을 넣을 때 진간장이 아닌

밥 비벼먹는 달큰한 일본계란간장을 넣은 것이 신의 한 수다 싶었다.


차라리 그냥 먹을 때 보다 소스에 찍은 것이 맛은 더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도 나도 먹어보겠다 줄을 서고 찾아 다니며 난리를 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것이 바로 먹태깡을 두 봉지나 가진 자의 여유겠지.

돈 들고 쇼핑하러 가면 살 게 없고,

돈 없이 구경가면 모든 게 다 사고 싶은 심리처럼 말이다.


있으니까 먹어보지 굳이 또 사서 먹으려 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후 우연치않게 선물로 받은 먹태깡 한 봉지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영접했다.

짭쪼름하고 고소한하지만 끝맛이 매콤한 만큼 술안주로 잘 어울릴 것 같긴하다.

처음 먹태깡을 먹을 땐 다이어터인 내가 유일하게 고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평일 오전이었다.

그래서 차마 맥주를 함께 따지 못했었다.


그렇게 두번 째 먹태깡 한 봉지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착실히 비워냈다.

오늘도 열심히 일 하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애도 잘 키웠어.

토닥 토닥. 나 참 잘 했어!!!!

고단한 저녁이 먹태깡과 맥주 한캔과 어우러져 잘 마무리 되었다.


그 날 나는 정말 기분 좋게 꿀잠을 잤다.

선물받은 먹태깡 덕분인지 아니면 맥주 한 캔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고나면 별 맛 아닌데, 상술인지 뭐인지 핫하다하면 사람들이 뭔가 싶어 찾아헤매게 된다.

내가 그렇게나 기분 좋게 먹은 먹태깡은 

핫템을 선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만족감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충족되었던 것일테다.


마지막 봉지과자 사이에 끼여온 먹태깡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냥 입이 심심해서 먹은 과자 한 봉지처럼 우리 집 아이들에 의해 먹혔다.


얼마나 유명한 건지도 모르고 우리 아들은 잘도 먹었다.

맵냐고 물어보면 안맵다고 할 정도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여섯살이기도 하다.



나는 세번이나 접한 이 먹태깡을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내 주위엔 많다.

나처럼 유행에 무관심한 것인지 못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하지만 한 번 쯤은 남들 먹는 거 맛 보라고.


다음번 핫템은 무엇일지 기대를 하며 먹태깡 시식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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