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좋은나 Sep 17. 2023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

카페에서 지갑을 연 나의 속마음과 명예

둘째를 가지고 난 이후에야 내 손으로 커피를 먹기 시작했으니 나의 커피 인생은 10년쯤 됐다.


늦게 배운 커피지만 나는 커피를 매일 딱 한 잔만 마신다.


외출이 아닌 이상 카페가 아닌 집에서 아이들 셋이 커피머신으로 내려주는 커피를 마신다.


우리집에는 돌체구스토와 네스프레소 두 대의 커피 머신이 있다.


물론 이 머신들도 내가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다.


캡슐을 많이 사면 머신을 주는 이벤트로 돌체구스토를 얻었고,

사무실을 오픈했을 때 네스프레소 머신이 선물로 들어왔다.


머신이 두 대 일 정도니 커피를 모르는 것도 아니라 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도 커피 맛을 잘 모른다.


다만 신맛과 탄맛은 잘 구분해서 가능하면 나는 무난한 캡슐을 고르고

커피로 인해 잠 못들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부작용을 겪는 카페인 하수이기에

나는 딱 아침 식후에 커피를 내려 물 왕창 넣어 오전 내내 마신다.


이렇게 매일 마시는 커피에 캡슐값을 매달 어느정도 지불하고 있으니,

나 역시 다른 사람처럼 커피에 쓰는 돈이 없다고는 못한다.


다만 나는 어지간해서 카페를 가지 않는 사람이다.


카페 사장님들이 들으면 기함할 얘기지만, 카페에 가서 커피에 쓰는 돈이 나는 아깝다.


나를 위한 소비가 극도로 절제되어있는 탓에 평소에 식음료에 쓸 돈이 없다.


커피 값이라면 나는 차라리 밥이 되는 한 끼를 택하는 사람이다.


식당에서 밥 먹고 먹는 달콤한 자판기 커피는 식후 절대 빼먹지 않고 무조건 마신다.


집에 믹스 커피가 없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외엔 먹을 수가 없다.


식당에 있는 달콤한 자판기 커피는 카페인 후유증을 기꺼이 견디게 할 만큼 맛이 좋다.


이렇게 나는 큰 돈을 쓰지 않더라도 커피를 일상에서 즐기고 있는 사람이다.





보통 선물받기로 커피와 관련한 모바일 상품권이 들어오면

나는 그 상품권에 돈을 더 보태 컵이나 텀블러를 산다.


무언가를 구입하기에 금액이 적은 것일 경우에는

외출 했을 때에 음료를 사는 용으로 사용한다.


선물을 받은 것은 나라도 나를 위한 것은 소비는 없다.



늘상 새 컵이나 새 텀블러는 새 것 좋아하는 남편의 것이되고

음료는 지친 아이들을 위한 당 충전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오늘 처음 만난 사람 두 명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가세요, 제가 커피 한 잔 사 드릴게요."


"아휴, 안그러셔도 되는데."


"가세요. 사준다 할 때 냉큼 받아 드시는 거에요, 원래. 이런 기회 잘 없어요~"


나 혼자였다면 절대 쓰지 않을 지출이지만 기분 좋게 지갑을 열어 결제를 했다.


나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도 이렇게 쓰고 싶은 사람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내가 돈이 많아서 만난지 십 분도 안된 사람에게 커피를 산 게 아니다.

(항상 말하지만 나는 빚이 많은 사람이지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이들에게 뜯어먹을 것이 있어서 산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사람을 따지고 재며 만나는 사람이 못되어서,

첫 만남에 이 사람이 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다만, 이 두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먼저 시작해 있는 사람이다.

그 들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 동경심을 표현할 방법으로서 나는 차를 대접했다.

(커피를 산다고 했지만 두 분은 커피가 아닌 다른 것을 고르셨다)


비록 이 두 분의 발끝에도 닿지 못할 만큼 지금의 나는 아래에 있지만

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이 후 나를 기억할 때 '기꺼이 차 한 잔 대접 해준 사람'이고 싶다.

그들이 흔들리며 여기까지 온 그들의 선택과 노력에 응원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한 분야에서만큼은 모든 면이 나보다 월등히 앞서고 나보다 나은 그들이지만,

그들로부터 뜯어먹고 그들의 것을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가지는 나의 우러러보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바라건대, 그들도 언젠가 한 번은 자신의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너른 품으로 품어주면 좋겠다.

그럴만큼 그들이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그 품 속에 내가 있다면 좋겠지만 솔직히 없어도 괜찮다.

모두가 외롭고 힘들게 가고 있는 그 길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자 선택이라고 응원해주면 좋겠다.


여유롭게 차 한잔 대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대접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나는 온 우주가 돕는 자니까 나보다 비록 위에 계신 분들이라도

나의 긍정 파워를 받아 좋은 일만 생겨 좋은 일로 다시 보게 되길 말이다.


고작 차 한 잔에 거창하게 너도 누군가를 품어라 베풀어라 한 뜻은 아니지만,

나는 차 두 잔을 대접하면서 나보다 앞선 이들을 충분히 응원했다.

그리고 내가 더 충분한 만족감을 얻었다.


이렇게 차 한잔 대접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는 것과,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이렇게 서로의 공통관심사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맺었고,

내가 가야 하는 방향에서 길이 되어주심에 감사했다.


(이상 웹소설 작가 모임에 가서 지갑을 연 망생이의 마음이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뒷 사람의 커피 값을 결제한 누군가가 시작된 나비효과처럼

나도 비록 처음 만나 오늘 알게 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다.


살다보니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나의 작고 사소한 행동하나가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좀 더 잘 살고 똑바로 행동하고 싶다.


이쯤되면 내가 참 좋아하는 돈만큼 아마 나는 명예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종갓집 맏딸로 자란 아주 예전부터

나는 돈보다는 명예를 더 좋아했다.


제자를 많이 길러낸 공으로 표창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할아버지셨고,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의용소방대 회장이란 명예를 아버지는 이어오셨다.

비록 작고 초라하더라도 우리 가문의 명예를 이어가고 싶다.

그렇게나 갖고싶어하는 박사 학위도 아마 그 바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명예: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


바라고 바라는 이 명예를 갖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훌륭한 성과나 덕망이 높아야하는 것도 있지만, 돈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명예가 갖고 싶어서 나는 돈이나 내가 가진 것에 더 집착하게 된 것 같다.

여유는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내가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 베풀고 싶다.

이건 잘난 척을 하고 싶어서는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두고 싶다.


내 돈과 시간과 열정을 가치 있는 곳에 쓸 만큼 여유롭고 명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일뿐.


좋은 사람의 곁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본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다보면 내게도 작은 명예 하나쯤은 생기지 않을까?


커피 한 잔 사놓고 별 걸 다 생각한 하루였다.





작가님 톡 하나에 나 혼자 이불킥하며 기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먹태깡이 뭐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