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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Sep 19. 2023

방구석에서 타이핑 중입니다

그래서 방구석타이퍼

내가 만난 웹소설 작가님 중

로맨스 분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정말 보기만해도 여성여성 여리여리 하였다.


그에 반해 나는 첫 만남에서부터 헉! 하게 되는 캐릭터다.

여성향 작가님들처럼 나는 모두에게 스며들 수 있는 무난한 사람이 못된다.


나를 처음 만나면 대개 두 가지로 반응이 나뉜다.

뭐지? 하며 또라이로 보는 시선 아니면 우와! 하며 직설가로 보는 시선.

거의 둘 중 하나다.


뭐지? 하며 보는 사람들은 나처럼 자존감이 강해서 나와 창과 창, 방패 대 방패가 되는 경우이고

우와! 하는 사람들은 자기 할 말 드러내고 다 못하는 분들인 경우가 많다.


뭐지? 하는 사람들은 나를 보통 "미친년" 이나 "또라이"로 생각하다가

몇 마디 나누어보고는  나름 여리여리 속 깊은 A형인걸 알고부터는 좀 잘 해준다.

그 때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나의 마력에 빠져들기 때문에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비슷한 성향이었기 때문에 겹쳐서 반발했지만 우리가 가진 동질감은 서로를 빠르게 흡수시키기 때문이다.


우와! 하는 사람들은 나를 등에 업으면 수월한 일이 많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나는 정의의 사도도 아니지만, 마음의 소리가 필터링 없이 나오기 때문에

본인이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표출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해 한다.

그래서 우와! 하는 사람들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 그러하듯 나에게 적당히 맞춰주고 받아준다.


이렇게 저렇게도 나랑 가까워지지 못한 사람들은 나에게 적이 된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날 좋아하지 않는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 따위에 관심이 단 1도 없는,

나는야. 자존감 갑!인 사람이다.

(단,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은 아주 잘 귀기울여 듣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내 성격과 성향이 드러나게 내 필명을 정하는 것은

브런치 작가명인 "딱좋은나" 정도면 충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이 필명으로 웹소설을 쓰고 싶지는 않다.


성격상 뭐든지 흑과 백, 회색이란 보기따윈 없는 나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고, 어지간한 남자보다 더한 박력을 가졌다보니

이 열정과 에너지를 로맨스 소설에 적합한 필명으로 표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리 걸크러쉬라는 말이 있다하더라도, 내 성격을 로맨스작가 필명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능력 밖이다.

예를 들자면 '팬티잘못벗은자까', '오빠팬티다내꺼', '오빠따라강남' 이런 식으로 밖에 안나온다.

참고로 야설 좋아하는 나라도 19금 로맨스를 쓰는 것은 아니다.

뭐 물론 선정성으로 신고 당해서 게시 중단된 회차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자라는 동안 내 별명은 이름의 끝 글자를 된소리로 발음하는 정도였는데,

그 이름마저도 대학원에 진학한 후 나는 개명을 해버렸다.

엄마 아빠의 허락도 받지 않았고, 내 이름이랍시고 내 멋대로 결정했다.

내가 스스로 버린 옛 이름 따위를 필명으로 쓰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금 내 실명으로 쓰기엔 너무 흔해 빠진 이름이라 매력이 없다.

(그땐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고 싶어서 흔한 이름으로 했는데,

타고난 운명이란 게 있는 것인지 안 겪을 일도 가 겪고 사는 거 보면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어느 카페에서 글을 올리며 '방구석에서 타이핑이나 한다'는 말을 내가 썼다.

그 때 팍! 하고 꽂혔다.


방구석 타이퍼


방구석 타이퍼 : 방구석에서 타이핑이나 하고 있는 인간이란 뜻의 내 필명


히히, 어쩐지 마음에 든다.

너무 로맨스 소설작가스럽지도 않고 그냥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이름이다.

곱씹을 수록 정말 맘에 든다.


다행인지 아무도 이 말을 필명으로 쓰고 있지 않다.


그렇게 할 게 없어서 '아이 셋의 중간이름'을 따와서 썼던 필명을 바꾸었다.

방구석 타이퍼로.



지금 내 손 끝에서 나오는 것은 비록 쓰레기일지라도

언젠가 좋은 편집자와 매니저를 만나면 이것도 재활용 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나는 방구석에서 휘갈겨나보자!

(실제로 나는 입구방 한쪽 귀퉁이에 놓인 업무용 PC에서 한글 프로그램에다 대고 웹소설을 갈기고 있다.)



오로지 한 곳에서만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로맨스 웹소 독자라면 한 번 쯤 들어봤다 싶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꼭 대박이 아니어도 좋아.

꾸준히.. 지금처럼... 즐겁게....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써갈기고 싶다.


요 며칠 방구석 타이퍼 나는

인생 처음 100화 목표로 쓰고 있는 저 깊은 곳 어딘가의 심해작 완결을 위해

지금 머리가 터지게 고민 중이다.

앞으로 남은 회차까지 잘 마무리 한다면 그 때 내 짜친 웹소설, 한번쯤 공개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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