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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Oct 11. 2023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야지

알면서도 못하는 마음은 아쉬움 입니다.

내 손 끝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모양마저 예쁘지 않은 쓰레기 일지라도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걸 멈출 수 없다.

그런 내가 요즘 키보드와 멀어져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다.


남편이 그랬다.

잃어버린 열정은 죽은 자식의 불알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틈만 나면 글을 쓰던 열정이 다소 사그라든 요즘의 나는 그 말에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알아. 안다고.

하지만 요즘 내 생활에서, 내 복잡한 머리로는

글쓰기가 더 어렵고 마냥 쉽지 않아서 그저 두드려 댈 수는 없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스스로도 부끄럽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도 바라는 이 없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기에 제법 진심이다.

늘, 바쁜 생활 속에서 마음은 글쓰기에 한 발짝 걸쳐둔 채 

하루에 이틀에 한번쯤은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

아무런 내용도 더해내지 못하면서 말이다.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잠시 사그라들었지, 

죽은 열정은 아니기에 글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

그래서 나 역시 답답하다.

정리되지 않고 엉키고 설켜 뒤죽박죽인 내 머릿속이.


하지만 글쓰기란 취미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기에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런 나를 가볍게 비웃듯 내 휴대전화의 화면도 고장이 나서 

카톡 조차 음성인식으로 하고 있다.


참 안되려고 할 땐 생각지도 않았던 모든 것이 안풀리고 발목을 잡는다.







웹소설작가의 오픈톡방에서 기성작가님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동안

왜 내가 아직도 프로 작가가 될 수 없는지.

무엇때문에 작가 데뷔가 아직도 내겐 먼 일인지 하나씩 그리고 확실히 알아간다.


나는 글쓰기에 열정이 있을지 몰라도 내 글은 흡입력이 많이 부족하다.

쓴 이가 있다면 읽는 이가 있어야는데, 정독할 만큼 내 글이 내 말빨 같지 않다.


입으로 바로 뱉어지는 것보다 글로서 한 번 정제되어 나오는 까닭일까?

나만의 매력을 내 글에서 느끼기가 나도 힘들다.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된 편이라 나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굳이 고치려들지 않는다.

알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어줍잖은 핑계를 대며 말이다.)


이런 나라도 가끔은 글이 잘 써질 때가 있다.

(내용이나 필력의 잘이 아니라 술술 막힘 없이 나오는 잘이다.)

그저 키보드를 두드리기만 했는데 쓰여진 글은 편하게 써진 만큼 읽기도 잘 된다.


반대로 글이 정말 안 써질 때가 있다.

쥐어짜낸 그 글은 읽기도 어쩐지 편하지 않다.


아마 글쓰기에 아직 내가 하수라서 그런 듯 하다.

잘 써질 때와 안 써질 때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실력이자 필력이 아닐까 싶다.


100화를 목표로 했던 웹소설 쓰기를 멈추고 손을 놓은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몇 번이고 흰 창을 띄워놨지만, 수습 단계로 들어선 이야기의 마무리가 도통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무도 기다리는 이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이 글의 끝을 내야만 한다.

나의 책임감이자 스스로와의 약속이며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내야하는 내 삶의 철칙이다.

또, 욕심만 많은 내 머릿속에는 끝내지 못한 그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여럿 비집고 들어섰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허술하여 아름답지 않더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이런 생각에 사실 "끝"이란 부담이 들어 다시 시작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쓰는 것만이 내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자 강점이었는데.

요즘 여러모로 참 아쉽다.




우선 순위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해결하고 나면 그땐 좀 나아질까?

기대를 해보며, 아쉬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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