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먹으며 다 하는 별소리
먹태깡이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떠오르는 레어템이 세 가지 더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먹태깡, 오잉노가리칩, 먹태쌀칩, 넷플릭스팝콘 등 파티과자로 불리우는 4가지의 과자.
인스타든 뭐든 걸핏하면 광고들을 해대니
아무리 무지하고 관심없는 나라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g시장에서 배송할 식료품 주문하다
오잉노가리칩청양마요맛이 내 눈에 띄여 또 한번 구매 해 봤다,
전혀 어렵지 않게,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말이다.
- 유행이랍시고 과자 한 봉지에 돈을 들일만큼 내가 관대하진 않다.
그렇게 쉽게 얻어서 일까.
배송을 받고도 먹을 일이 없어 오잉노가리칩의 존재조차 몇 주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술 없이 저녁식사가 마무리 되었다.
상 치우기도 진작 끝났건만, 이사다 일이다 공부다 고민이 많아 쉬이 잠이 들지 못하는 나는
옆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남편을 꼬셔 식탁의 맞은편에 앉쳤다.
그렇게 시커먼 야밤에 우리는 맥주 한 페트를 두고 마주 앉았다.
아이들마저 모두 잠든 깊은 밤이라 더 없이 조용한 시간.
우리의 조잘조잘 재잘거리는 소리가 퍽 정겹게까지 느껴졌다.
남편의 눈물을 본 이후 나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꺼리게 되었다.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나만 버티느라 힘든 줄 알았는데,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힘을 낼 수 없던 그는 속으로 곪으며 나보다 힘들었다는 걸 이제는 걸 알아서.
그래서 나는 부러 더, 과거가 아닌 미래의 이야기를 한다.
여러가지가 겹친 덕분에 불안하고 심장이 벌렁거려
평소 먹지 않던 술의 힘을 빌릴 만큼 잠들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그저 지나갈 일로 치부하며 그에게 말을 건넨다.
역시나 나의 고민 따위는 그에게 [불필요한 설레발이자 오지랍]일 뿐이다.
때 되면 해결 될 일을, 벌어지지도 않은 그 일을 왜 고민하냐는 그.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의 그는 오늘도 나와 다름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래, 책임을 져 보지 않은 당신은 멋대로 편하겠지.
신혼집부터 시작해 모든 중요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온 것은 늘 나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나 불안하고 무섭고 두려운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태평한 소리가 위로가 된다면
내가 아무래도 단단히 그에게 미친년이긴 한 것 같다.
"오빠. 그래도 오빠가 이렇게 든든하게 내 옆에 있어줘서 나는 버틸 수 있어.
오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이 힘든 시간들 다 버틸 수 있어."
말하는 내 입술이 다 간지럽도록 낯 뜨거운 말이건만 돌아온 그의 대답에서 김이 팍 식는다.
"잘 버텨 봐."
위로나 격려가 되는 당근은 커녕 그는 나더러 더 잘하라고 채찍을 내린다.
"에이씨. 나만 버티나. 너도 같이 버텨야지.
그래서 이번 달엔 얼마나 가져 올건데? 엉? 월천 오빠 말 좀 해 봐?"
요즘 우리 집에서 남편을 부르는 별명은 "월천오빠"아다.
월에 천만원을 벌어서가 아니라 월에 천만원을 벌어라는 기원을 담아 부르고 있다.
월천오빠 오오오오오!!!! 월천오빠 워워워워워~~~
영계백숙~~~ 하는 노래에 맞춘 월천 오빠의 리듬, 입에 촥촥 달라붙는다.
그래서 아들도 딸도 아빠를 보면 월천오빠를 부르짖는다.
"나 월천 오빠 안해. 너무 힘들어!!!! 안 해!"
"안돼. 해야 돼!"
나의 푸쉬가 부담스럼단 듯 그는 몸서리를 치지만,
[월천오빠]라는 별명이 나는 퍽 맘에 든다.
그도 사실은 그 별명에서 자존감을 얻는 것도 같다.
가끔 보면 월천 오빠라 추종하는 처자식을 보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있다.
꿈은 크게 가지랬다고,
그가 월천을 벌어오길 바라면 그래도 반은 벌어오지 않겠나 싶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밤,
맥주 한 페트와 오잉노가리칩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우리의 족보가 요상한 상태로이긴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 않느냐,
또 앞으로 우리가 함께 나아갈 길은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겠냐며
바람같은 기대와 꿈을 이야기 했다.
그 덕일까.
먹태깡보다 오잉노가리칩청양마요맛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마요네즈 맛이 남에도 기름진 맛은 훨씬 덜 해 먹태깡보다 덜 느끼하고, 좀 더 바삭한 듯 하다.
두께도 모양도 한 입에 넣기 좋지만 적당히 짭고 적당히 달아서 손이 자꾸 간다.
솔직히 매운 맛은 먹태깡이 더 많이 나는 듯 하다.
하지만 맵찔이인 나는 그래서 오잉노가리칩이 더 낫다.
아삭 바삭.
마주 앉은 두 남녀의 입에서 쉴 대 없이 소리가 울린다.
과자 한 봉지를 비우는 것은 피쳐 맥주 하나를 둘이서 없애는 것만큼 쉽다.
남편은 유행템 이런 거 전혀 모른다.
그냥 과자를 안주로 내어 왔으니 씹어돌릴뿐.
이 과자의 맛도 참 독특하다.
알 듯 말듯 하다. 단 건지 짠건지 매운 건지 고소한 건지.
그래서 더 손이 자주 간다.
먹기 전엔 이게 뭐라고 그 난리들인가 싶었지만,
먹어보니 이러니 그 난리들이었네 싶다.
"음. 맛은 있네."
이런 생각을 해서인지 과자에 대한 남편의 스치는 칭찬이 내게 더 기껍게 느껴진다.
"오빠 사랑해."
뜬금포긴 하지만 무작정 고백을 건넨다.
그는 내게는 전남편이지만 현 동거남이며 미래의 재혼남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그를 이렇게나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것은 못 다 끝낸 내 사랑 때문이다.
한번이고 두번이고 열번이고 백번이고 천번이고 다시금 부르짖는 내 사랑은 가엽기 보다는 주문에 가깝다.
내 이런 사랑 고백이 식상한 듯 여전히 평소와 같이 대답이 없는 그에게 내가 다시 말했다.
"내가 오빠 사랑하는 거, 알긴 알아?"
이보다 더 찐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돌아온 그의 대답은 퍽 여상하다.
"알아야 돼냐?"
아쭈, 싶지만 그 말안에 담긴 그의 진심을 나는 모두 다 안다.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믿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그래서 이런 장난 섞인 그의 도발을 나는 또 충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쯤되면 나도 그에게 맞춰진 성격변태가 다 된 것도 같다.
"몰라야지. 그렇게 계속 몰라야 돼. 알면 끝나는 거야.
모르는 그게 니 매력인데, 계속 그러고 살아. 그래야 끝까지 가니까."
어찌보면 협박보다 더 무서운 말이지만, 그에게 내 진심을 꺼내놓는다.
너무 좋다고 하는 놈은 내게 매력이 없다.
적당히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대가 내게는 꽤 매력있다.
유행하는 과자와 맥주 한 잔을 하며 별별 소릴 다 했다.
유행하는 과자라도 사 먹을 수 있는 여유라도 있었던 호시절을 그리며,
나는 지금 한껏 버티기에 집중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내 곁에는 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티니티스톤, 그가 함께이다.
빨리 그와 재혼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비워진 잔 두 개를 치우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 잘못으로 인해 이 지경까지 우리 사이를 끌고온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내 마음은 그러하다.
과자 한 봉지 먹어 없애며 별 생각을, 별 소릴 다 한다.
피식.
웃으며 나는 먼저 잠이 든 그의 곁을 파고 들었다.
"추워, 오빠 안아 줘."
파고드는 내게 그의 익숙한 품은 먹태깡보다 노가리칩보다 더 달콤하고 고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