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사랑해? 라고 물었다.

애정표현은 다다익선입니다

by 딱좋은나

새벽부터 일을 나서야되는 남편의 아침을 차려주기 위해

아직도 거뭇한 시간에 눈을 떴다.


그리고 옆에서 잠을 깨고 있는 전남편이자 현 동거남에게 물었다.


"오빠 나 사랑해?"


".................."


대답 없이 나를 보는 그를 재촉한다.


"나 안사랑해? 사랑해 안사랑해? 빨리 대답 안해!"


"사랑하지. 사랑하니까 데리고 살지."


"머래. 누가 누굴 데리고 사는데 정신 못차리고."


그리고 나는 밥을 차리러 주방으로 나갔다.







"토비에서 뭐 빼야되는데. 따라 내려가자."


"응."


내가 차를 써야하는 날에는 남편이 평소에 타는 작은 차 대신 나의 큰 차를 남편에게 떠맡긴다.

큰차 끌고 나갔다가 운전경력 15년만에 기둥에다 문지른 후, 쫄보가 된 탓이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시간, 조용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새삼 일을 나서는 남편이 고맙고 든든하다.


"히히"


그의 팔에 매달리듯 다가가니 CCTV를 염두한 그가 뒷걸음질을 친다.


"뭐지, 이 따위 반응은?


"오빠 나 안사랑해?"


마침 도착한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그가 그런다.


"뭘 자꾸 묻나."


"왜 대답을 안하고 딴 소리야! 빨리 말 해!"


"사랑하면 어쩔 거고 안하면 어쩔 건데!"


"사랑하면 계속 데리고 살고, 안한다면 갖다 버리지."


고개를 또 절레 절레.


"아쭈. 끝까지 대답 안한다?"


이혼은 누구 때문에 했는데, 사랑하냐 안하냐 묻는 건 왜 매번 나인 건지 자존심이 슬쩍 상한다.

하지만 내 사랑에 그까짓 자존심은 무슨 상관인가 싶다.


"그걸 꼭 말을 해야 아나? 말 안하면 모르나?"


"말을 해야 알지!"


우리집은 1층이라 지하주차장까지 단 몇 마디면 도착한다.


또 내가 들러붙을까 싶어 냉큼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남편이 내 앞에서 걸어가며 말한다.


"사랑하지. 사랑하니까 먹여살리려고 이렇게 새벽부터 돈 벌러 나가잖아.

돈 벌어서 내가 뭐에 쓰나, 너한테 다 주지. 이만 하면 사랑하는 거 아니야?"


"응. 그렇지. 돈 주면 사랑이지. 아주 잘하고 있어."


역시 돈에 대한 나의 갈구와 갈증을 채워주는 건 그의 사랑이 아닌 그가 벌어오는 노동력의 대가이다.


"히히. 사랑하는 오빠. 잘 갔다 와~"


"응. 다녀올게! 너도 오늘 수고해."


"어, 나도 오빠 사랑하는 만큼 돈 많이 벌게!"


유치하게 돈돈거리면서 사랑을 운운하는 우리는 40대 이혼했지만 재혼을 꿈꾸는 동거남 동거녀 커플이다.





"오빠! 안 돼! 이거 먼저 먹어!"


그가 국을 떠 먹으려하자 내가 급하게 만류하고 홍삼엑기스를 건네주었다.


"밥 부터 먹으면 안돼?"


뭐 때문에 소리까지 질러 자신을 저지하냐는 듯, 어이 없는 얼굴로 그가 물었다.


"안돼! 빈 속에 먹어야 쫙쫙 흡수돼지!"


힘이 부치도록 주요 공정이 몰린 공사 초반의 남편의 새벽 식사에 내 줄 것이라고는 그마저도 남에게 받은 홍삼엑기스 한 병이다.


"세상에 너 같은 여자는 또 없을 거야."


홍삼을 먹고 아깝다고 물까지 넣어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먹은 그가 말한다.

(예전에 가오잡던 오빠는 안하던 짓이지만, 내 교육을 철저히 받고난 이제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먹는다.)


"좋은 뜻이지?"


개수대 앞에 선 내가 물었다.


"응. 좋은 뜻이야.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 한 건,

너를 만나고 너를 사랑.......... 하고... 너랑 결혼한거야."



"거기 사랑에서 왜 한 박자 쉬지?"


그 잘한 결혼을 누구 덕에 깨고 이혼했다 소리가 목구멍까지 찼지만,

거실에서 잠들어있는 아이가 하나 있어 혹시 들을 새라 참았다.


"먹다가 침 삼키느라 그런거지, 뭘 또 트집인가."






사랑한다고 묻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랑 살면 참 좋은 건데

아무래도 이 사람은 그러면 되려 내가 질려하는 걸 알고 있는 듯 비싸게 군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은데.

매일 이렇게 구걸하듯 들어야 하는게 좀 그렇긴 하지만

가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때문에 내 사랑은 여전히 무럭 무럭 자라는 중이다.


하얀 난닝구와 트렁크 빤쓰 차림에

8대2 가르마가 되어버린 자대 깬 모습도 사랑스럽다 느낄 만큼.


훨훨 날아 올라라~


당신이 출근 전 "다녀올게!" 라고 하듯

내게 돌아만 온다면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올랐으면 좋겠어!


사랑하고 응원하는 그대와 오늘도 나는 재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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