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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Dec 07. 2023

그들만의 리그

나는 떨어뜨려놓고, 그들은 붙여놓는 못난 자격지심

내가 실습을 하는 기관에 나 외에 네 명의 실습생이 더 있다.


A라 부를 한 명은 주 3일만 나와서, 시작은 나보다 먼저했지만 나보다 더 나중에 끝난다.

B와 C 두 명은 친구끼리 같이 온데다 나보다 2주나 더 먼저 시작해 어느새 끝이 가깝다.

마지막 한 명 D는 나처럼 혼자 왔어도 나보다 일주일을 먼저 시작했다.


시설에 계신 분들도 여자, 운영진들도 여자, 실습생들도 여자.

혼자만 일하다 9to6 시간에 매이고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늦둥이 막내가 되어 지내는 요즘, 

내가 은따가 된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있다.


대놓고 따돌리는 게 아니라 은근하게 따돌려지는 것 같은.... 




나의 말과 생각과 느낌과는 다르게

실제로 실습생들이 나를 따돌리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에게 나를 따돌리고 배척할만한 이유도 열정도 없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안맞으면 안보고 말지, 

애 써서 따돌리는 귀찮음 따윈 감수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은따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그저 나만의 생각이고 착각이다.

그저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동안 내가 실습을 시작하기 전이라 없었기에 생기는 불편한 소외감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고 나 혼자만 느끼는, 그런 얄궂은 느낌.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데 또 나만 모르는. 

그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그럴 때 마다 나는 나만의 착각 속에서 왕왕 은따가 된다.






"어제 세 분이서 같이 가시는 거 봤어요, 

저 데리러 온 남편한테 차에 그랬어요.

나 아무래도 은따 같아. 하고요" 


라는 내 말에, 주 3일만 나오시는 분이 맞장구를 치시며 그랬다.


"어머, 나도 내가 왕따 같다고 느끼는데! 내가 3일만 나와서 그런지 쟈기들은 다 친해보이고 그래!"


이 분은 나보다 띠동갑 연상이신 연장자이고,

내가 볼 땐 모두와 두루 두루 잘 지내고 계신데도 그런 생각이 드셨단다.


"에휴, 선생님! 남편한테 그런 말 하시면 저희가 뭐가 돼요! 진짜 그런 것도 아닌데!"

"은따고 왕따고 그런게 어딨어요! 그냥 이렇게 다 같이 실습기간동안 잘 지내다 가면 되는 거지."


나와 A실습생의 말에 B와 C가 어이 없다는 듯 말했다.

맞다!!! 그들은 모두에게 다 잘 대해 주셨다.

먹을 것도 엄청 많이 나눠주시고 실습 초보인 내게 이것 저것 많이 가르쳐주셨다.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기관에 계신 분들의 특징도 알려주시고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남과 다른 건 당연한 건데, 

남과 뭐라도 하나만 달라도 나는 동떨어진 것만 같은 배척을 느끼고,

남들은 억지를 끼워서라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꼭 같게 붙여놓는다.


내 못난 마음이 내 덜 잘난 생각이 그랬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과 생각은 나만이 아니었다.

A 선생님도 느끼신 걸 보니.


아마 끼이지 못함으로 인해 불편해지는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못난 생각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꼭 같은가 보다.


하지만 착각은 자유라는 말처럼 그게 사실은 아니란 거.



그들만의 리그.

어쩌면 그들이 만든게 아니라 내 자신이 선을 그어 경계를 만든 게 아닐까.





어쨌거나 실습 5일차,

왕따든 은따든 착각이든 오늘도 나는 그들만의 리그로 당당히 들어가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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