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좋은나 Jan 04. 2024

그 남자의 사랑

영원히 모를 여자에 대한 감정, 사랑.

남자는 애초부터 여자에게 흥미가 없었다.

차고 널리고 손만 뻗으면 닿을 존재가 여자였다.


태어나보니 강인하고 굳건한 여성인 엄마가 있었고, 

남들 눈에는 이쁘다고 똑똑하다고 하는 누나도 둘이나 있었다.


그런 집의 막내 아들이다보니니 집안과 동네 모두의 사랑을 차고 넘치도록 받고 자랐다.


운이 좋게도 엄마 아빠의 고운 것만 닮아 생긴 것이 예쁘장하다보니 

남자가 자라는 동안 따라다니며 고백하는 여자도 줄줄이었다.


그래서일까.

남자에게 여자란 아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손만 뻗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존재일뿐.





여자가 아쉽지 않은 남자에게 없는 것이라곤 주머니의 돈 뿐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남자는 자존심도 세고 자존감도 강해서 

돈이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는 삶을 살았다.


돈 때문에 덜 한 것은 있어도 

돈 때문에 못한 것은 없다 싶을 정도로 없는 집에서 귀하게 컸기에

남자는 주제 파악을 하고 욕심을 과하지 않게 부릴 수 있었다.

그 덕에 수더분 하게 자란 남자는 삐뚠 욕망을 가지지 않고 

그나마 착하게 자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서로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부모를 보고 자랐음에도 

남자는 자신의 여자를 대하는 법에 대하여 배운 것은 없었다.


남자가 성인이 되어서 여자는 그저 성욕 해소의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여자란 자신의 욕정을 풀 대상이지, 마음을 나누며 몸이 합치 할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는지 알지 못했고, 알려하지 않았다.


그저 여자는 가끔 그의 비는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해줄 유희거리였다.

비록 남자가 바람둥이는 못되었지만, 

여자와 마음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 수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 여자란 하룻밤 잠자리 상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돈이 없는 남자라도

돈 많은 집안의 여자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데릴 사위가 되어 딸랑 거리는 건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다.

돈 있는집 딸들이 내미는 손을 덥썩 잡지 않은 그의 실수는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지랄맞은 성격의 이쁘지도 않고, 넉넉하지 않은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

제 인생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와 뿌리 깊은 나무처럼 깊이 박혀버린 여자는

남자를 사랑한다 했다.

그래서 결혼하자고 했다.


너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아마도 결혼을 하지 않겠지 싶었던 남자는

성질 급한 그 여자를 제 인생의 반려로 맞이했다.

그러나 여자와 아이를 셋이나 낳았음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이 무언지 알지 못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입이 즐겁지 집에 있는 여자를 생각하지 못한다.

좋은 곳을 가면 눈이 즐겁지 저를 대신해 고생 하고 있는 여자를 떠올리지 못한다.


"사랑이 뭐야?"


사랑을 모르는 남자는 자주 여자에게 묻는다.

그러면 그를 무척 사랑하는 여자가 말한다.


"어차피 말해도 몰라. 그러니까 너는 끝까지 몰라야 돼. 중간에 알게 되면 골치 아파."


여자는 남자가 진정한 사랑을 깨달을까 겁이 난다.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나면, 모든 것을 내던질 그가 저마저 버릴까 무섭고 두렵다.


하지만 남자는 알고 있다.

저 자신보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을 있게한 이 자리,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 환경을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은

자기애이자 제 것에 대한 소유욕이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을 깨달을 일 따윈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는 오늘도 입으로만 아는 사랑을 여자에게 말한다.


"네가 오빠의 사랑을 알아?"


그 말의 뜻을 잘 알고 있는 여자는 대답한다.


"개나 줘버려 그 따위 사랑. 넌 그냥 주는 사랑이나 받아 먹어."


여자는 안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그의 사랑은 여자 자신이 아닌, 

그가 가진 부속물의 일부로서 누릴 수 있을 뿐이란 걸.


인정하기 싫어 발악을 해봤자 매번 다다른 결론은 같았기에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은 지치지 못한다.



패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을 버리지 못하고 

가시투성이인 그를 끌어안아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피얼룩을 아름다운 포장지로 꾸며

사랑이라 포장하는 여자의 사랑은 미련하고 우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흘린 피눈물을 받아먹는동안

남자의 날 선 가시 끝은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여자는 감사하다.

버틸 수 있는 용기과 위로가 된다.


"사랑해."


입으로 내뱉는 말뿐인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나 뿐이라는 사실에 여자는 그저 만족한다.

영원히 모를  여자에 대한 남자의 감정, 사랑.


"몰라야 해. 

그래야 우리가 끝까지 갈 수 있는 거야."


오늘도 여자는 남자를 향해 나지막히 주문을 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장에도 제외된 전, 며느리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