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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Jun 17. 2024

우리집 게발이 꽃이 피지 않는 이유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다

화원에 갔다.

남편의 공사가 끝난 점포에 개업 선물로 화분을 선물하기 위해.

정말 많은 꽃들이 반겨주어서 화원 안의 습하고 눅진한 공기마저 기꺼웠다.


나는 화분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인데.

마흔즈음부터 화분을 하나씩 하나씩 들이고 키우고 있다.


화원이라 하면 모든 식물들이 다 잘 크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보니 화원 안에서도 헤롱헤롱 누렇게 뜬 식물들이 많았다.


"어머나! 전 화원에 있는 애들은 다 잘 키우시는 줄 알았어요!"

 하는 내 말에 주인 아저씨께서 하하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종류가 몇 가진데~ 계절마다 다르고 다 달라요. 사는 놈은 신경 안써도 잘 살고요."


지나가다 보인 게발.

우리집 게발과는 달리 꽃이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놀라 물었다.


"사장님!!! 이 게발은 어쩜 이렇게 꽃이 많이 폈어요?

저희집 게발은 처음 왔을 때 폈던 꽃이 지고는 다시 피질 않아요!"


사장님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집안에만 두셨죠?"


"네?"


"얘들도 덥고 춥고 겪어야 계절이 가는 줄 알아요. 집안에만 두면 절대 꽃 안펴요!"


사장님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죽지 말라고 집 안에 둔 배려가 사실은 이 예쁜 꽃이 피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니.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대학 동기 중 하나인 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난 네가 부럽다. 넌 네 힘으로 자수성가 하고. 뭔가를 이루고 살잖아."


그 친구는 지방이긴해도 넉넉한 부모님 인심에 고생 없이 무난하게 컸고 

무난무난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나는 부러워 죽겠는 그 삶이건만 정작 친구는 그런 본인의 인생이 지루하다고 했다.


돈고생 마음고생하며 사는 나를 보고 진짜 살아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재미있을 거라고.


열번을 가슴 졸이고 힘들어야 한번의 안도를 하는 내 삶이 재미라니.


하지만 지금의 나는 친구의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나는 지금 차갑고 시린 겨울을 겪는 중이라고.

반드시, 나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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