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지 못한 내가 문제다.

연말이 다가오니 '나 뭐했지' 싶다.

by 딱좋은나

참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쓴다.

사실 빨래도 설거지도 청소도 다 밀려있는 월요일인데.

이럴 시간이 없는데, 나 이러고 있다.

문득 든 생각에 후두두둑 자판을 두드려대고 있다.

브런치에다 일기를 쓰듯 하루가 멀다하고 그렇게 신나서 써갈길 땐 언제고,

올 해는 손 하나로도 꼽을 수 있을 만큼만 글을 썼다.

참 꾸준하지 못하고 일관성 없는 나다.




지난 10년이 그렇듯 올해도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내가 엄청나게 열심히 산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나는 니처럼 그렇게 못살겠다, 니 대단한 거다.' 할 만큼 내가 바쁘게 산다고 한다.

남들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이나 보다.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한 것도 없고, 아무 것도 남긴 게 없는 것 같은데.


선배가 그랬다.

'기계도 많이 쓰면 빨리 망가진다.'

그 소리 들을만큼 무언가 대단하게 해내며 내가 사는 걸까.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솔직히 내 생활을 들여다보면 선배 말도 안맞는 말이다.

티브이 안보는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이혼숙려캠프는 꼭꼭 챙겨본다.

그래도 나는 이혼을 했어도 이들보다 낫지 하는 어설픈 위로의 시간을 가진다.

가끔 나와 겹치는 부분들을 보며 반성도 한다.

그래서 내가 이혼했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와 취미가 같아진 딸들과 함께

벌러덩 드러누워 웹소설과 웹툰 보는 시간도 보낸다.

내 쿠키를 써도되냐고 딸들이 삐약대면 나는 그러라며 으스대며 꼬꼬댁 거린다.

철저한 자본주의의 맛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딸들에게는 나중에 내가 나이 들어서 하게 될 제주도 1년 살이 경비를 다 대라고 했다.

고작 쿠키 몇 개, 심지어 쇼핑하고 받은 베네핏으로 제주도를 쟁취해냈으니 일단 나는 만족스럽다.


주말 저녁엔 술도 한 잔씩 마신다.

평일엔 일 때문에 안마셔도 주말은 마신다.

이 낙이라도 있고 싶다.


가끔 오전엔 언니랑 동네 맛집 도장깨기하러도 가고

한 달에 한 번 지사 월례회도 가고, 중학교 어머니회 독서모임에도 간다.

이전에도 그랬듯 나는 그냥 그렇게 일상을 평범하게 보내며 2025년에 살고 있다.


엄청 대단한 것이라도 하는 것 처럼 적어봐야

사실 파보면 별 거 없는 그냥 흔한 아줌마의 생활이다.






그나마 나홀로 기특한 것은 작년에 사회복지사 2급을 1년 반만에 완료하고

곧장 요양보호사 과정을 수료해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사회복지사 덕에 수월하게 취득했지만 일단 쯩 한 개는 더 남았다.


그리고 이제 제발 가만히 좀 있어보란 남편의 말을 듣는 척 하다가

몸 써서 돈 버는,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기술직에 흥미를 느껴

건축도장에 이어 도배기능사 자격증반을 신청했다.


다음주 주말이 개강이다.

앞으로 꼬박 2달을 주말마다 학원을 가야한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신청한 정기 기능사 시험이 학원 다닌지 1달만에 응시한다는 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겠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고, 붙으면 럭키비키겠다.


사실 조주기능사도 작년에 필기만 합격해두고

실기는 접수를 두번이나 해놓고 연습을 못해 못갔다.

꾸준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했더라면 시험장 문턱은 밟아봤을텐데.

아무것도 몰라서 차마 가지를 못했다.

무슨 핑계가 그리도 많은지 허송세월하느라 칵테일 40개 외우는 그 걸 못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일은 일대로 잘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면 아니 시간을 내어 남편 일도 돕고 있다.

육아하고 살림하고 일하고.

다른 워킹맘이 살듯 남들 하는 거 그대로 하며 나도 그렇게 살고있다.

브런치에 글을 안 써 그렇지 딱히 바쁘거나 버겁거나 지치거나 하는 건 아니다.


글 쓰는 취미는 브런치가 아니라 웹소설로 옮겨갔다.

한 작품이긴 해도 웹툰화가 되어 올 초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

현실에서 못하는 로맨스를 글로 풀어냈다.

꾸준히는 역시나 못한다.

틈틈이 시간 날 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필 받으면 썼다.

원래 내가 좀 즉흥적인 인간이긴 하다.

꾸준하게 쓰지는 못해도 2025년에만 23편 계약했다.

짧은 건 2만자짜리 긴 건 15만자짜리, 엔솔로지도 있고 나름 다양한 작업을 했다.

작년 4월, 첫 투고합격 이후 9개월간 18편을 계약했다.

10편으로 잡았던 목표를 20편으로 올려 잡았었는데 18편 했고,

올해는 20편에서 30편으로 정정했는데 또 못미칠 것 같다.



스스로를 몰아부치듯 목표를 상향시키는 것이 잘못되었단 걸 아는데.

딱히 상심하거나 후회하는 건 아닌지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핑계로

나는 허들을 낮게 잡았다 조금씩 높이고 또 높인다.


웹소설로 돈은 얼마 벌었냐 물으면 부끄럽다.

1년간 N백만원은 넘겼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수고를 덜 해서 글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첫단추를 잘못 끼운 탓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주욱 나열하여 쓰고보니 내가 2025년에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닌 거 같다.

나 뭐했지 하는 생각에 주욱 한 번 써봤는데, 나름 용은 계속 쓰며 산 거 같긴 하다.


근데 왜 이렇게 남은 게 없는 거 같고 한 것도 없는 것 같을까.

마음이 허전하다.

마흔 앓이는 수월히 지나갔는데, 남편의 쉰앓이를 내가 대신하려는 건지.

왜 이리 공허하고 허무하고 쓸쓸하고 덧없이 느껴지나 모르겠다.


나의 효용과 쓸모가 이제 다해버린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뭘 더 할 수 있을까, 뭘 더 해야하나 걱정스럽고 염려가 된다.

알 수 없는 앞일이 겁이 나고 무섭고 힘들기 싫고 부딪치기 싫고 편하고 싶다.

내 안에 전혀 없던 두려움과 안일함이 싹 트고있다.

가끔은 마음조차 기댈 수 없을 만큼 멀게 느껴지는(전)남편에 대한 원망도 그와 비례해서 자란다.






진득하게 뭐 하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하는 나라는 인간아.

그냥 꾸준하게 사랑만 하고 살지.

조용하고 묵묵히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살지.

왜 하필 이런 기분을 느껴서 너도 나도 모두 힘들게 하는가.


두 발을 묶어 이인삼각이 되어야 하는 결혼생활에서 단지 끈만 잠시 풀었을 뿐인데.

지난 1년을 지우고 칠하고 덮어버릴만큼 나는 허무주의에 빠졌다.

내 이런 고민을 들은 친구들은 그런다.

벌써 지치고도 남았을 일을 너니까 이제 지친거라고.

좀 쉬어라고, 마음을 좀 내려놓으라고, 욕심 좀 덜 내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가진 것도 남은 것도 없는데 뭘 내려놓아야할지 모르겠다.

미움도 원망도 어느새 책임감이 되어버렸다.




책임을 져야할 것은 많은데 책임을 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부쩍 든다.

그래서 더더욱 지난 시간동안 내가 뭐했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 같다.

커다란 획을 그을만큼 즐거운 일, 좋은 일, 재밌는 일, 보람찬 일을 남겼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서운하다.

스스로 가슴에 돌덩이를 가져다 얹은 듯한 느낌이다.


남은 두달, 2025년이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도배기능사 자격증이라도 따면 또 조금 으스대며 한동안은 기쁘려나.

나라는 인간, 꾸준하지 못하면서 세속적인 인간이다.

알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의 이 불성심함을 탓하고 또 혼자 파이팅 해봐야지.

일단 남은 두달을 열심히 또 달려봐야겠다.

2025년의 마무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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