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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Aug 10. 2023

일출이 보이는 집, 노을이 가까운 집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다.

경기도 동쪽 끝에 있는 고장에서 살 때에는, 남동향의 집에서 아침마다 일출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집은 고바위 하나에 올라야 있었다.

더운 여름엔 땀이 뻘뻘 나도록 유모차를 밀고 올라야 했지만, 집에 다다르면 멋들어진 전경이 펼쳐진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나는 행복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시내의 멋진 전경은 고생하며 유모차를 밀고 올라선 보람이 있었다.




경기도 서쪽 끝에 있는 고장에서 사는 지금은 노을과 아주 가깝다.

일을 마치고 막내를 데리고 오다 보면 노을이 내려앉고 있다.

붉고 또 푸른 그 노을이 어떤 땐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막내와 함께 주황색, 보라색 하며 노을이 만들어낸 하늘의 색을 찾아볼 때면 정말 행복하다.

아주 짧고 작은 이 소중한 시간이 영원처럼 내 머릿속에 추억으로 각인된다.



일출과 가까운 집에서 살 때는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만날 때마다 기운찬 정기를 받는 듯했다.

그래서 그 집에서 무너지고 고꾸라졌을 때에도 매일 다시 뜨는 해처럼,

살아 숨쉬기만 한다면 다시 일어날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노을과 가까운 집에서 살 때는 형형 색색 아름답게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도 열심히 산 나를 격려하고 칭찬할 수 있다.

오늘 일과의 마무리가 저 아름다운 노을인 것처럼 나도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일출이 멋들어진 집에서 나는 압류 딱지가 붙는 수모도 겪어봤고,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삶도 살아봤다.

하지만 그 무엇도 어떤 시련도 살고자 하는 나를 꺾을 수는 없었다.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나는 매일 다시금 오늘을 새로이 살아갈 이유가 있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삶, 여전히 미지인 길.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

그것들에 대해 용기를 내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았다.

그저 내 마음만 건강히 챙겨서 해보면 되었다.

그리고 온 우주가 돕는 나는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갔다.

물론 쉽게는 아니었다, 매 순간 고비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버텼고 열심히 노력했다.




아무리 노을이 아름다운 동네라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절대로 노을을 만날 수가 없다.

매일 주어질 것 같은 행복이나 행운이 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면 나는 또 기대한다.

내일의 노을을.


비록 구름에 비에 아름다운 석양이 가려졌다 한들,

오늘의 내 하루도 없어진 노을처럼 의미와 가치를 잃은 걸까?

아니, 절대 아니다.

오늘은 가려졌기에 내일의 아스라이 멀어져 갈 노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행복이 잠시 멈추었다 해도, 행운의 이름으로 다시금 나를 찾아올 것이다.




또,

하루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 법.

모든 고난과 역경도 결국엔 끝은 있다.

힘든 하루를 버틸 수 있게는 것 또한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의미를 두고 위로를 받으면, 의미가 큰 것으로 인해 받은 상처와 아픔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오늘도 몇 번이고 흔들렸던 내 마음을 다잡아 본다.

화가 났고, 화를 냈고, 후회했고, 사과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나를 자책하였지만 변함없이 내게 주문을 걸어본다.


나는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해나갈 것이다.


조금 아쉽고, 많이 부족해도 어때.

오늘의 미완이 내일의 완성을 만들어줄 거름이 될 텐데.


유난히 힘든 하루의 끝에서 나를 위로해 준다.


수고했어!

내일을 또 열심히 달려갈 내일의 나를 기다리며,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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