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한복판에서 남편 등에 파스를 붙이며

완벽하지 않아서 충분했던 우리의 신혼여행

by 유유


"신랑은 신부를 안아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

열 번 실시합니다!"


결혼식 사회를 맡은 남편의 친구가 짓궂게

말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살이 쪄버려 맞춰둔 바지가

작았던 새신랑은 바지가 찢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가며 사회자의 요구에 맞춰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를 안아 올려 앉았다

일어났다를 했다. 나는 결코 깃털처럼 가벼운

신부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웨딩드레스 무게만도 얼만데!


결국 탈이 났다. 새신랑의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

신혼여행 이튿날,

낭만적인 이탈리아 관광을 즐기던 남편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여행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참고 참다가

겨우 꺼낸 말이었다. 우리는 급하게 드럭스토어를

검색해 파스를 샀다. 로마의 길 한복판에서 남편의

윗옷을 걷어 올리고 파스를 꾹꾹 눌러 붙이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좋아서. 뭔가 진짜 부부가 된 것 같네?

여행 기분 망칠까 봐 아픈 거 참아준 자기도 고맙고,

관광 못할까 봐 실망하는 마음보다 자기 걱정이

앞서는 내 모습이 왜인지 생소해서. 자꾸 웃음이 나."


"말을 어쩜 그렇게 이쁘게 해? 왜 아프고 난리냐고

짜증 낼 법도 한데..."


"짜증을 왜 내? 결혼식 하나 치렀다고 연애하던

때랑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 게 나는

마냥 신기하고 좋아 죽겠는데.

인생의 파도에 맞서서 손 놓지 말고 함께 잘 헤쳐

나가라는 신호와도 같아서 뭔가 설레!!"


진심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겠다 선언했을 뿐인데, '나도 이 사람을 지키고

케어해야 한다.'라는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얼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남편의 허리에 파스를 꾹꾹 눌러 붙이며 다짐했다.

앞으로 이 사람의 인생에 어떤 통증이 찾아와도,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가 파스를 붙여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야겠다고.



파스 사건 이후로 우리는 완벽한 ‘원팀’이 되었다.

파워 J인 내가 계획을 담당하면,

길 찾기 달인인 남편은 구글 맵과 하나 되어

나를 안내했다. 겁 많은 내가 낯선 타국 땅에서

하나도 두렵지 않았던 건, 이 사람과 함께라면

우리 인생이 완벽한 모양은 아니더라도 길을 잃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사진이 잔뜩 담긴 디지털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어쩔 수 없지'하며

털털하게 웃어넘길 수 있었고,

남들처럼 예쁘고 멋진 옷 입고 아름다운 배경에서

스냅사진을 찍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았다.

38도로 뜨거웠지만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전혀 습하지 않아서 땀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던

이탈리아 날씨가 참 좋았고,

길에 멍하니 앉아서 버스킹을 바라보며 가벼운 키스를

나누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좋았다.


완벽한 계획도, 화려한 기록도 없었던,

겉으로 봤을 때 조금은 평범했던 신혼여행이었지만,

서로의 눈을 맞추며 발걸음을 함께하는 법을

배웠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우리의 무쇠솥같은 두 번째 연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